석탄·석유 화력발전 억제…1천300조원 기후대응 투자도 계획
유럽투자은행, 2022년부터 화석연료사업에 돈줄 끊는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공동 출자한 투자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이 2022년부터 화석연료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 BBC방송, AFP통신에 따르면 베르너 호이어 EIB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이같이 계획을 갱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EIB 지원을 받으려면 해당 사업이 1kWh(킬로와트시)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250g 미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전통적인 화석연료 발전소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까닭에 대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천연가스 사업은 여전히 지원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열병합발전 등 EIB가 신기술로 지정한 기술에 기반을 둬야 한다.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는 태울 때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탄소를 배출한다.

그 때문에 화력발전소 난립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유럽투자은행, 2022년부터 화석연료사업에 돈줄 끊는다
EIB는 이번 계획의 일환으로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 약 1조 유로(약 1천300조원)를 풀겠다고 밝혔다.

호이어 총재는 "우리는 화석연료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그 어떤 공공 금융기관보다도 야심 찬 기후투자 전략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앤드루 맥도웰 EIB 부총재도 "이번 조처는 지구 온난화와의 대결에서 중대한 이정표"라며 "이는 중요한 첫걸음이지 마지막 걸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IB의 이번 계획은 지난 9일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EIB에 화석연료 사업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한 뒤에 나왔다.

이들의 성명은 EU 28개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EIB 이사회가 계획을 지난 12일 공식 승인하면서 현실화했다.

다만 계획 실행 시점은 EU 회원국들이 애초 요구한 시한보다 1년 늦은 2022년으로 결정됐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결정에 대해 "획기적인 결정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기후은행' 설립을 향한 첫걸음"이라며 환영했다.

환경 운동가들도 잇따라 환영을 표했다.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의 콜린 로셰는 "세계 최대의 공공은행이 여론 압력에 따라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 지원을 멈춰야 한다는 점을 드디어 인정했다"며 "이제 다른 모든 은행이 이를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IB는 화석연료 사업에 지난해 25억유로(약 3조2천억원)를 지원하는 등 그간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