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탄핵조사 공개청문회 첫날인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현안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 폴리티코는 이를 “폭탄(증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며 “청문회를 1분도 안봤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는 오전 10시쯤 시작해 5시간30분 넘게 진행됐다. 증인으로는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담당 부차관보가 출석했다. 지난달 비공개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라인이 바이든에 대한 수사 압박을 주도했다고 증언한 인물들이다.

이날 청문회 하이라이트는 테일러 대사대행이 자기 직원으로부터 지난주 금요일 들었다고 증언한 새로운 ‘팩트’였다. 테일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문제의 통화를 한 다음날인 지난 7월26일, 트럼프캠프 후원자 출신의 고든 선들랜드 EU주재 대사는 한 식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에 대해 묻는 소리가 들렸다. 선들랜드는 “우크라이나는 (수사를)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에 그 직원이 선들랜드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선들랜드는 “트럼프는 바이든 수사에 더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고 테일러는 전했다.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그(트럼프)가 우크라이나보다 바이든 수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냐”고 되묻자 테일러는 “그렇다”고 확인했다.

테일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4억달러의 군사원조와 미국과의 정상회담 등 모든 것을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수사를 공개적으로 약속하도록 동원했다고 증언했다.

켄트 부차관보는 트럼프측의 ‘바이든 수사 압박’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외교를 오염시켰다고 말했다.

반면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는 이날 출석한 증인들을 “정치화된 관료”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부리스마) 이사로 고액연봉을 받으며 현지 검찰의 수사를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게 아니냐고 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가 열리는 시간 백악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지난 7월 통화에 문제가 없었다며 지난 4월에 있었던 1차 통화 녹취록을 14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4월 녹취록을 보면 자신의 ‘결백’이 더 명확해질 것이란 뜻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청문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논란에서 (범죄에)연루됐을 수 있다고 시사하는 새로운 증거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미 하원은 15일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를 증인으로 불러 공개청문회를 이어간다.

그는 트럼프측의 우크라이나 압박에 동조하지 않아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주 19~21일엔 지난 7월 미·우크라이나 정상 통화에 배석했던 알렉산더 빈드먼 전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담당 국장 등 8명이 공개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