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미국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빗 인수를 추진한다. ‘구글 글라스’ 실패 이후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알파벳이 시장을 재공략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핏빗에 인수 의향을 타진한 사실을 보도했다. 소식통은 다만 인수 협상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구글이 제시한 구체적인 인수가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핏빗은 이용자의 하루 걸음 수와 달린 거리, 소모 칼로리 등 운동량과 심장 박동수, 수면 시간 등을 측정해 데이터화하는 스마트워치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2007년 재미동포인 제임스 박과 에릭 프리드먼이 공동 설립했다. 2015년 5월 웨어러블 기기 제조회사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핏빗은 2017년까지 스마트워치 출하량 기준 글로벌 선두 기업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애플과 샤오미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핏빗의 시가총액은 이날 장 종료 기준 15억달러(약 1조7500억원)였다.

CNBC는 “핏빗을 인수하면 알파벳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단숨에 강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파벳은 삼성전자 애플 등 경쟁사들과는 달리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2012년 내놨던 첫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 글라스가 실패하면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알파벳은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핏빗과 협업해 자사 스마트폰 등과 핏빗의 웨어러블 기기 간 연동성을 강화했다. 알파벳이 직접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용 운영체제 ‘웨어(Wear)’는 시계 제조사 ‘파슬’의 스마트워치 제품 등에 제공하고 있다.

시장은 알파벳의 핏빗 인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알파벳의 인수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이날 핏빗 주가는 30% 이상 급등했다. 알파벳 주가도 2%가량 상승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