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고별연설서 재정정책 재강조…라가르드도 재정정책 중시 발언
고별행사에 메르켈·마크롱 등 참석
퇴장하는 드라기, 등장하는 라가르드…ECB 정책방향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달 말을 끝으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ECB의 향후 방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ECB 본부에서 고별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여전히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만, 재정정책이 동반되면 부작용이 줄어들고 목표가 더 빨리 달성될 수 있다"면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유로존을 안정화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유로존 경기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등 주요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강조해왔다.

드라기는 "내 목표는 회원국 간 조약에 의한 의무사항에 따르고 ECB의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도전도 관리할 수 있는 현대적인 중앙은행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특권이자 영광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재직을 넘겨받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대해 "ECB의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별 행사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드라기 총재가 임기를 시작할 때 유로화가 위기를 맞았을 때였다면서 "유로존은 많은 역내 국가의 부채 위기를 겪었을 때보다 현재 많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의 위기 상황을 돌파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럽연합(EU)이 재정 위기에 빠져있던 2011년 11월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에 이어 8년간 유럽 통화 당국의 사령탑을 맡았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이 드리울 당시 제로 기준금리와 마이너스 예금금리, 양적완화 등의 파격적인 정책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제로 기준금리와 마이너스 예금금리 정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노령층 등 현금보유자들을 어렵게 한 반면 부동산과 주식 소유자들을 이롭게 했다는 비판이다.

ECB는 지난해 말 양적완화를 끝냈으나 올해 유로존의 경기하강 현상이 벌어지자 지난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재개라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결정 과정에서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에서 반발하는 등 드라기 총재의 임기 말에 ECB에서 파열음이 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라가르드 취임 이후 통화정책에 즉각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전문가들은 라가르드가 분열된 집행위원회를 추스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라가르드가 전문적인 경제학자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ECB 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면서도 라가르드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라가르드는 최근 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통화정책이 많은 성과를 거뒀다"면서 "재정과 경제정책이 이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라가르드는 통화정책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부들이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를 늘리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