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종 중재자로 부상…나토 동맹 불화 우려도
美공백 신속 대체하는 러…더타임스 "시리아 분할 감독할 것"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수하자 러시아가 그 공백을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러시아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군과 이에 맞선 시리아 정부군 및 쿠르드 간 충돌 위험 방지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중재자로 나선 상황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며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시리아 침공을 이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달 내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번 시리아 침공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사정에 따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시리아 북부의 영토 분할을 감독할 것으로 보인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에 다가가고 미국 쪽에는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터키 영향력이 위축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며 터키를 더욱 푸틴 쪽으로 끌려가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의 불화를 심화하는 동시에 시리아 내 미국 영향력의 마지막 흔적조차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쪽에 요청해 지난 15일 통화를 했으며 푸틴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반면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일행의 터키 방문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이후 정정한 상황이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앞서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 간 협상을 중재, 시리아 정부군이 쿠르드 지역 안으로 진입해 터키의 진입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는 특히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간 충돌을 용인치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푸틴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성공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을 주지시킨 바 있다.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의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 고위 인사인 알다르 젤릴은 이 신문에 이제 러시아가 주요 역할자라는 점을 인정했다.

젤릴은 "러시아는 터키와 시리아 정권에 영향력을 갖고 있고 또 양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터키를 이용하고 있으며, 현 시리아 정권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와 러시아는 2015년 11월 터키 전투기가 시리아 공습 작전에 참여 중이던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하면서 관계가 악화하기도 했으나 이듬해 8월 러시아가 전세기 운항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갈등이 해소됐다.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지야 메랄은 최근 시리아 내 혼란을 푸틴이 신속하게 처리하고 미국과 터키 관계가 악화한 것은 미국을 대신해 터키 내 러시아의 점증하는 영향력을 상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주둔 미국 육군 사령관 출신인 벤 호지스도 더 타임스에 이번 사태는 나토에 장기적인 해악을 초래할 수 있고, 푸틴 대통령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는 다른 지역에서 더 대담하게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지스는 "더욱 냉정한 전략적 관점을 필요로 한다"며 "터키는 실재하는 위협에 대한 기본적인 동맹이고, ISIS(IS의 옛이름)는 실재하는 위협은 아니다.

러시아의 경우 실재하는 위협인데 핵무기를 갖고 있고 서방을 위태롭게 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