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편 저항 거세자 또다시 시민들과 직접 토론…달변가의 정국돌파법
'노란 조끼' 시위 위기국면도 석달 간의 국가대토론으로 극복…지지율도 반등
국정 가로막힐 때마다 마이크 들고 토론하는 마크롱

연금개편을 올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총파업과 직능단체의 대규모 장외집회 등 거센 저항에 직면하자 또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하반기부터 거세지면서 정권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진 이른바 '노란 조끼' 연속시위의 위기국면을 시민들을 직접 만나 나라의 진로를 놓고 대화하는 '국가 대토론'으로 타개한 경험을 바탕으로 또다시 시민들과 대면 토론에 나섰다.

마크롱은 지난 3일 저녁(현지시간) 남부지방의 소도시 로데즈에서 500여 명의 시민을 직접 만나 연금 개편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시민들과 질의응답을 직접 진행했다.

이 소도시는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으로 마크롱 정부의 퇴직연금 개편 방향에 우려가 큰 곳이라 토론의 첫 장소로 선정됐다.

마크롱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연금 개편에 대해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면서 "분명한 것은 우리의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현재 42개에 달하는 복잡다기한 퇴직연금 체제를 간소화하고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가연금 체제로의 개편을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직종별로 다양하게 분화된 연금 시스템을 단일 체제로 개편함으로써 직업 간 이동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제고한다는 목표가 있다.

특히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들에게 연금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정부안에 담겼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에서는 퇴직 연령이 계속 뒤로 미뤄지면서 실질적인 수령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마크롱과의 토론 자리에서도 한 53세 간호사는 "나이가 들수록, 은퇴 연령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연금개편은 마크롱 정부가 집권 3년 차의 하반기의 최고 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국정과제다.

그러나 노동계와 직능단체, 퇴직이 멀지 않은 장년층의 반대 여론이 높다.

최근에는 경찰노조, 법조인 단체, 의사 협회, 철도노조 등이 연금개편에 맞서 파업과 대규모 장외집회를 잇따라 열면서 반대 목소리가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오는 12월 5일에도 연금 개편에 대항하는 파리 교통공사의 대대적인 총파업이 예고됐고, 최근 여론조사(엘라베)에서는 이런 연금개편 반대 운동에 대한 지지율이 65%에 달하고 있다.

역대 프랑스 정부들에서도 연금개편 문제는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아킬레스건'이었다.

국정 가로막힐 때마다 마이크 들고 토론하는 마크롱

1995년, 2003년, 2010년에 정부가 대대적인 연금개편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노동계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해 좌절됐다.

그나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때인 2010년 몇 달 간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 연금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음에도 사르코지는 은퇴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리는 법안을 밀어붙여 진통 끝에 통과시킨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이번에도 노동계를 위시한 사회의 저항이 거세자 마크롱은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3월 효과를 본 이른바 '국가 대토론'(Grand Debat)이다.

대통령이 또다시 직접 나서 전국의 소외 벽지를 돌면서 시민들을 만나 당위성을 홍보하고 궁금한 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일에도 클레르몽페랑 지방의 100년 전통의 일간지 라 몽타뉴의 창간 기념식에 참석해 2시간 넘게 연설과 질의응답을 통해 연금개편 등의 국정과제를 설명했다.

마크롱은 연말까지 몇차례 더 이런 토론 형식으로 시민들과 직접 만날 계획이다.

특히 파리 중심의 정치 공론장에서 소외된 농어촌 소도시를 주로 방문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금개편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마크롱이 반대 여론에 직면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토론을 즐기는 개인 성향에 더해 작년 말 서민경제 개선과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 연속 시위가 거세지자 지난 1∼3월 국가 대토론을 통해 정국을 돌파한 경험이 작용했다.

석 달 동안 전국에서 진행된 대토론에 마크롱은 여러 차례 직접 마이크를 쥐고 시민들과 열띤 논쟁까지 하며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렇게 모은 의견을 취합해 프랑스 정부는 지난 4월 소득세 대폭 인하, 정치·행정 엘리트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 폐지, 중앙정부의 일부 권한 지방으로 이양 등의 노란 조끼 추가 대책을 내놨다.

마크롱의 국정 지지율이 작년 12월 27%에서 지난 9월 36%로 극적으로 반등한 데에는 직접 시민들 및 지식인들과 밤샘 토론을 마다하지 않은 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유력일간지 르 몽드는 지난 3일 로데즈에서의 토론에 대해 "형식 면에서 마크롱은 좋은 인상을 남겼다"면서 "마이크를 쥐고 간호사, 농민, 변호사의 질문에 답변을 쭉쭉 이어갔고, 자신의 주장을 능수능란하게 펼쳤다"고 전했다.

국정 가로막힐 때마다 마이크 들고 토론하는 마크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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