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관계 우려해 자제하다가 공개로 방침 전환한 듯…여당서 공개 요구

일본 정부가 최근 북한 어선과 일본 수산청 단속선의 충돌 장면을 담은 영상을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 일본 정부는 영상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정치권의 공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방침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 어선과 수산청 어업 단속선의 충돌과 관련해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의 이해 촉진과 공익성 관점에서 공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여러 관점에서 검토한 결과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日관방 "北어선-日단속선 충돌 영상 공표 방향으로 검토"(종합)
그는 공개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 해야 할지 자세한 것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공개 시점에 관해 정부 관계자는 "내주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수산청 단속선 '오쿠니'는 지난 7일 오전 동해의 황금어장인 대화퇴 어장에서 북한 어선과 충돌했다.

이로 인해 북한 어선이 침몰했고, 물에 빠졌던 승조원들은 일본 측에 구조돼 인근 북한 선박에 인계됐다.

일본 정부는 관련 사진만 6장 공개했으며 영상 공개에는 부정적이었다.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관방부(副)장관은 지난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고 조사에 대한 영향도 있을 수 있어 공표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이번 사고가 북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영상 공개를 꺼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日관방 "北어선-日단속선 충돌 영상 공표 방향으로 검토"(종합)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북한 승조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북한에 인도했으며 당시 북한 측이 위법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단언을 하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방침을 바꾼 것에는 영상 비공개 방침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 비판이 제기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정부가 영상을 실제로 공개할 경우 북한에 대한 일본 내의 반발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북한이 이에 반발해 교착 상태에 빠진 북일 관계가 더 악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2010년 9월 중일 영토 갈등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는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민주당 정권은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 유출됐다.

이로 인해 일본 내에서 반중 감정이 확산했고 중일 갈등이 격화됐었다.

日관방 "北어선-日단속선 충돌 영상 공표 방향으로 검토"(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