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라면 판매가 늘어나면서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증이라는 의견과 소비가 살아나는 신호라는 주장이 서로 맞서고 있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라면 판매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6년엔 385억 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후 판매량이 다시 늘기 시작해 작년엔 403억 개에 달했다.

중국 식품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주요 라면 제조업체 22곳의 지난해 매출은 515억위안(약 8조6300억원)으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라면 소비량은 자동차 판매량과 함께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라면은 지난 40년간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소비재 중 하나로 꼽혔다. 공장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2014년까지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이후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판매가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로 라면 소비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더 싼 한 끼를 위해 라면으로 식사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소비 증가의 한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라면 판매 증가는 더 다양하고 질이 좋아진 라면들이 출시되면서 소비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