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5일 0시부터 집회 참가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 금지법’을 시행했지만 시위는 한층 과열되고 있다. 수만 명의 홍콩시민은 주말에도 복면 금지법 시행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며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벌였다. 얼굴을 가린 시위대와 홍콩 경찰이 6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했지만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14살 소년이 경찰에 체포된 사건까기 발생하면서 시위는 격화되고 있다.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외신 등에 따르면 홍콩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코즈웨이베이 지역에는 수많은 시민이 모여들어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가 진행중이다. 빅토리아 공원과 침사추이 등 홍콩 주요 지역에서도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홍콩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는다며 공공 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시행했다. 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되레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나 가면 등을 쓰고 "홍콩이여 저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해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비가 오는 가운데 우산을 쓴 시위대는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시위대의 본노를 키운 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14살 소년이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었다. 지난 4일 저녁 위안랑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던 14살 소년이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다 경찰이 쏜 실탄을 허벅지에 맞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에 경찰은 사과나 해명은 커녕 치료를 받던 이 소년을 폭동과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에서 폭동 혐의로 유죄를 받으면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한편 시위 사태가 격화되면서 시위대의 기물 파손이 잇따르고 있다. 전날에는 홍콩의 모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고, 이날도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 홍콩 내 전체 91개 지하철역 중 이날 폐쇄된 역은 49곳이다.도심 주요 쇼핑몰도 시위로 인해 문을 열지 않았다. 중국은행 등 중국계 은행을 공격해 현금인출기(ATM)와 기물을 파손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ATM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한국은행이 중국과 대만·홍콩 사이 갈등이 우리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한은은 6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중국과 대만·홍콩 간의 관계: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과 대만·홍콩 간의 관계 악화는 이들 지역 및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며 성장 하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중국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법' 관련 시위로, 대만과는 개인여행 잠정 중단 조치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 이들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는 모양새다. 중국과의 갈등이 커지며 무역과 투자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른 홍콩과 대만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은 홍콩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낮췄고 대만 역시 2%대 초반으로 하락했다.홍콩과 대만은 지난해 기준 한국 수출에서 각각 4위(460억 달러), 6위(208억 달러)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한국까지 이어지는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홍콩·대만과의 갈등은 중국에게도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대만의 최대 수출국(29.0%)이자 최대 투자국(37.3%)이다. 대중국 외국인 직접투자의 65%는 홍콩에서 이뤄진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한은은 “홍콩은 시위가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며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는 대만의 내년 1월 총통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방향성이 좌우될 전망”이라며 “무역 및 금융 연계성을 감안할 때 중국과 대만·홍콩 간의 관계 변화에 따른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여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현재의 시위 사태가 장기화되면 홍콩은 수출, 관광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상당폭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홍콩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홍콩을 경유하는 중국 관련 투자가 감소하고 홍콩의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훼손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중국경제에도 부정적을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지난 5일 0시부터 시행하자 홍콩에서 사흘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중국계 은행과 상점을 집중 공격했다.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 시행을 발표한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수천 명의 시민들이 홍콩 전역에서 정부 타도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복면금지법을 조롱하는 듯 ‘아이언맨’부터 ‘스크림’ 가면까지 각양각색의 복면을 착용했다.시위대는 툰먼과 성수이, 틴수이와이 등 곳곳에서 중국계 은행과 상점을 공격했다.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신은행 등의 지점에 들어가 유리창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폐쇄회로TV(CCTV) 등을 부수고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낙서를 남겼다.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대리점을 비롯해 중국계 기업이거나 중국인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마트, 제과점, 식당, 약국 등도 훼손했다.지난 4일 오후 9시께는 시위에 참여한 14세 소년이 위안랑 지역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다리를 맞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홍콩 시위에서 경찰에 의한 실탄 부상자가 나온 것은 지난 1일 18세 고교생에 이어 두 번째다.수만 명이 거리로 나섰던 지난 주말보다 참가자 수는 줄었지만 임시정부 수립 주장까지 나오는 등 시위 분위기는 갈수록 격앙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위대를 “홍콩을 마비시킨 폭도들”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부상을 입은 14세 소년을 폭동 혐의로 기소했다.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