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인도네시아 여기자가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아라홍콩뉴스 기자인 베비 인다(39)는 지난달 29일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중 경찰 고무탄에 맞아 오른쪽 눈을 심하게 다쳤다. 인다 기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시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대리인인 마이클 비들러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의료진이 인다의 오른쪽 눈이 파열돼 영구 실명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3자로부터 얻은 증거를 통해 경찰이 콩주머니탄이 아니라 고무탄을 발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홍콩 경찰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했으며 고무탄을 쏜 경찰관의 신원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홍콩에서는 18세 남학생이 경찰이 발사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격앙된 홍콩 시민들은 이날 새벽까지 췬안과 사틴, 정관오 등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중국과 관련 있는 기업 매장을 집중 공격했다. 피격 사건이 발생한 췬완 지역에서 시위대는 중국은행이 운영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때려 부쉈으며 중국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대리점과 중국인 소유의 마작 게임장도 공격해 기물 등을 훼손했다.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성명을 내고 “10월 1일은 정권이 실탄으로 학생을 진압하고 홍콩인들을 철저히 적으로 선언한 날”이라며 “5일과 6일에 경찰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