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1일 베이징 톈안먼광장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열어 힘을 과시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신중국 성립을 선포한 그 자리다. 시 주석은 운집한 10만 명에게 ‘중국몽’(中國夢: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우며 “어떤 세력도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고 소리 높였다.

중국은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최신형 미사일을 처음 공개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미국과 겨룰 수 있는 G2에 올랐다는 것을 선언한 날이었다.


자신감 표출한 시진핑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70주년을 축하하는 70발의 예포 발사로 시작됐다. 이어진 연설에서 시 주석은 “지난 70년 동안 중국은 한마음으로 분투해 세계가 주목할 성과를 이뤘다”며 “어떤 힘도 위대한 중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70년 만에 아시아 최빈국에서 경제 규모 세계 2위 국가로 올라섰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70년 전 3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3조6082억달러로 늘었다. 수출입 규모와 외환보유액 등은 세계 1위다.

'중국夢' 내세운 시진핑…美 타격 '둥펑-41' 공개하며 군사력 과시
시 주석은 “전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를 따라야 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해 끊임없이 새 역사의 위업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모든 국민이 일치단결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과 건국 100주년(2049년) 두 개의 100년 목표와 중국몽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은 대만과 홍콩을 겨냥해 평화통일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견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적인 번영과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연설 말미에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 중국 공산당, 중국 인민 만세”라고 외쳤다.


미국 겨냥한 첨단무기 대거 등장

하이라이트는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난 뒤 육·해·공군과 로켓군 등 1만5000명이 참가해 80분간 펼친 열병식이었다. 각종 군용기 160여 대와 군사 장비 580대, 1300여 명의 군악대도 참가했다.

열병식에선 미국을 겨냥한 첨단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북미 전역이 사거리인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41’이 처음 공개됐다. 핵탄두를 10개까지 장착할 수 있는 둥펑-41은 최대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하고 공격 목표 오차 범위도 100m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과 ‘젠-10’ ‘젠-11B’ 등 주력 전투기, 미국 블랙호크에 대응하는 기동헬기 ‘즈(直)-20’도 선보였다. 젠-20은 최고 속도 마하 2로 공중을 선회하며 위용을 과시했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제2 열도 선인 괌까지 정찰할 수 있는 최신형 무인 정찰기 ‘DR-8’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함 탄도미사일 ‘둥펑-21D’와 초음속 미사일 ‘둥펑-17’, 해상 발사 탄도미사일 ‘쥐랑(巨浪·JL)-2’ 등 전략 핵미사일도 등장했다.

6·25전쟁 당시 중국군 사령관 펑더화이로부터 ‘만세군’ 칭호를 받은 제82집단군(옛 38군)도 참가했다. 38군은 1950년 11월 미 8집단군의 퇴로를 막아 미군 1만10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는 부대다. 외신들은 “이번 열병식은 철저하게 미국을 겨냥했다”며 세계 패권을 놓고 남중국해 등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충돌이 더 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열병식이 끝난 뒤 베이징 도심을 가로지르는 창안제를 따라 시민 10만여 명이 ‘한마음으로 중국몽을 만들자’는 주제로 대규모 퍼레이드를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