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New START 연장 견해 교환"
폼페이오 "美-러 간 이견 존재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美-러 외교수장, 유엔 총회 계기 회담…"북한·핵통제 등 논의"
미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이 유엔 총회를 계기로 만나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나 양자 및 국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전략적 안정성(핵 통제), 시리아 사태를 비롯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분쟁, 북한 주변 상황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도 별도의 보도문을 통해 "한반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상황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핵 통제 문제와 관련한 폼페이오 장관과의 논의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가 내놓은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상호 금지 제안을 논의했고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연장 문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8월 2일 냉전 시절 러시아(구소련)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하면서 조약이 금지했던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 및 배치에 대한 족쇄를 풀었다.

실전배치 핵탄두와 운반 수단(미사일과 폭격기) 등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미-러 간 New START도 2021년 종료 이후 연장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 문제들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도 양자가 해당 문제를 논의하기는 이미 어려우며 (논의) 틀을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등을 포함한 주요 핵보유국들을 협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란 설명으로 해석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면서 "전략적 안정성 분야의 어떤 지지대라도 유지하기 위해선 2021년 2월 종료되는 New START를 어떻게 해서라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라브로프는 새로 들어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사태 해결을 위한 종합적 방안인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각한 갈등 국면에 있는 미-러 양자 관계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미국과의 협력에 열려 있지만, 건설적 협력은 상호 존중 하에서만 가능하다"면서 제재 등을 통한 대러 압박 시도는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려던 러시아 상원 의원 등에 비자 발급을 거부한 데 대해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양자 문제와 군비 통제를 포함한 여러 국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라브로프 장관과 만났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이견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건설적이어야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그렇게 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금 다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