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보너스 반납해야" 목소리도…英 정부 '경영진 잘못' 조사 명령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다 유동성 위기를 맞아 파산한 세계 최초의 여행사 토머스쿡 경영진의 고액 보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머무는 보리스 존슨 총리는 23일(현지시간) "기업들이 실패하는 순간에도 이사들이나 이사회가 거액의 돈을 스스로 지급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토머스쿡 경영진을 겨냥했다.

존슨 총리는 그러면서 "관광 사업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제대로 보험을 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기업 스스로 위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그는 토머스쿡의 긴급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토머스쿡 경영진에게 보너스를 뱉어내라는 요구도 나왔다.

존 맥도넬 노동당 의원은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나왔는지 그들 자신의 양심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178년 역사의 토머스쿡은 지난 23일 17억 파운드(2조5천311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60만 고객 혼란 빠뜨린 英토머스쿡 경영진 고액 보수 논란
이런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토머스쿡 이사진은 지난 5년간 2천만 파운드(296억6천800만원) 넘는 보수를 받았다고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토머스쿡 경영을 주도한 최고경영자(CEO)들도 막대한 연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년간 토머스쿡을 이끈 3명의 CEO는 거의 3천만 파운드(445억5천만원)에 달하는 급여와 성과급을 챙겼다.

2014년 말부터 최근까지 CEO였던 피터 팽크하우저(58)는 4년간 800만 파운드(118억8천400만원) 이상을 받았다.

2015년에 수령한 액수는 290만파운드(약 43억원)였다.

지난해 토머스쿡의 외부 감사인인 언스트앤영(EY)은 회사의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폐기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회사의 재정적 성과를 돋보이게 하는 회계처리 방식으로 경영진 급여 인상의 명분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회사 경영진의 보너스는 경영 성과와 연동되어 있는데, 보너스 산정 기준이 되는 이익 산정 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는 '수정 순이익' 개념을 적용했다.

경영 실적을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회계 방식을 고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고 더 타임스는 지적했다.

60만 고객 혼란 빠뜨린 英토머스쿡 경영진 고액 보수 논란
노동당 소속 피터 카일 의원은 "회계 기술과 기업의 탐욕이 빛을 발한 또 하나의 파산 사례"라며 "다수가 규칙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민간 기업에 치욕을 안겼다"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회 재무위원회 위원도 "이 문제는 반드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회사 파산 과정에 경영진의 잘못이 있는지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앤드리아 리드섬 산업부 장관은 청산국(Insolvency Service)에 회사 이사들의 책임, 그리고 그들에 의한 채권단 손해 유발 행위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도록 했다.

빅토리아 여왕 재위 당시인 1841년 설립된 토머스쿡은 1855년에 세계 최초로 유럽대륙 여행 패키지를 선보였고, 여행과 숙박, 식음료를 포함한 패키지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후 외화환전 서비스, 여행자수표 발행 등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단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며 여행업을 선도했다.

토머스 쿡이 16개국에서 운영하는 호텔, 리조트, 항공사, 유람선 이용객만 연간 1천900만명에 달하며, 이들 사업체에 고용된 인원은 2만1천여명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