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도 미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8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주요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각각 비밀리에 만나려 했으며 그들은 오늘 밤 미국에 올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불행히도 그들(탈레반)은 잘못된 지렛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훌륭한 군인 1명과 그밖의 11명을 숨지게 한 (테러)공격을 저질렀고 이를 인정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는 즉시 이 회동을 취소하고, 평화협상도 중단했다”며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자신의 협상 지위를 강화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느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어 “그들은 (지위를 강화)하지 못했고, 상황만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날 트윗은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되는 가운데 나왔다.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 특사는 지난 2일 미국이 아프간 주둔 미군 1만4000명 중 5000명가량을 135일 안에 철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협정 초안을 탈레반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가장 오래 끈 전쟁인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내년 11월 대선 전 아프간전 종식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평화협정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탈레반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차량 폭탄 공격이 발생해 미군 요원 1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탈레반은 사건 직후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나온 이후 성명을 통해 “협상 취소로 미국인들이 가장 많은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에 폭력을 멈추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