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무원 "경제운영 합리구간 확보" 언급…'마지노선' 사수 명령

"현재 외부 환경이 더욱 복잡하고 심각하게 변하고 있고,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긴박감을 크게 가져야 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 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위기의식을 가감 없이 외부에 드러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중국이 추가로 돈줄을 풀어 급속한 경기 둔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무역전쟁의 충격 여파로 중국 경기 둔화 속도가 통제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가장 긴박한 목표는 연초 설정한 6.0%의 경제성장률 사수다.

국무원은 어제 회의를 마치고 낸 발표문에서 고용 안정 등을 일컫는 '여섯 가지 안정'(6穩) 정책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경제 운영이 합리적 구간에서 유지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초 제시한 '6.0∼6.5%' 구간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상 경제성장률 목표 하한선인 6.0% 사수에 총력을 다하라는 명령을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에 하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7월부터 본격화한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견뎌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0∼6.5%' 구간으로 낮춰 잡는 한편 2조1천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규모의 감세로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전방위 갈등이라는 대외 위기를 맞아 중국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6.4%와 6.2%를 기록하면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중국이 분기별 경제성장률 통계를 발표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목표 구간의 하단인 6.0%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펴낸 경제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의 새 추가 관세 부과가 없다는 전제하에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2%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남은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를 25%로 인상하면 중국의 성장률은 향후 1년간 0.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사정은 녹록지 않다.

미중 관세전 확대 속에서 12월 15일에 이르면 사실상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 상품에 고율 관세가 매겨진다.

최근 나온 다른 각종 경제 지표들도 대체로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

중국 제조업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넉 달 연속 경기 위축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정면으로 겨냥한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는 화웨이(華爲)를 비롯한 주요 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고, 돼지고기와 과일 가격이 폭등하는 등 서민 생활 안정에 직결되는 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국이 이달 금리와 지준율을 인하함으로써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날 국무원은 명시적으로 '적기에'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한편 시중 실질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조만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시중 금리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본다.

유동성 조절을 위해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빌려주는 돈인 MLF 금리를 인하하면 최근 새로 기준금리 역할을 부여받은 대출우대금리(LPR)가 내려가게 된다.

MLF 금리는 2018년 4월 이후 3.30%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시중 은행이 우량 고객 대출 때 적용하는 최저 금리의 평균치인 LPR은 매달 20일 공고된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0일 관련 제도 개편 후 처음으로 LPR을 공고하면서 1년 만기 LPR을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보다 0.1%포인트 낮은 4.25%로 고시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중국 금융당국이 금리를 유의미하게 인하했다기보다는 향후 신축적인 금리 인하를 위한 정책 도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지준율 인하 역시 강한 유동성 조절 수단이다.

중국은 작년 4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지준율을 1%포인트 더 인하했다.

지난 5∼7월에 걸쳐 농촌 소형은행에만 일부 지준율을 인하해준 적도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인프라 투자를 '독촉'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중국은 올해 2조1천500억 위안 규모의 특수목적채권을 지방정부에 배정해 인프라 투자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9월까지 배정 예산을 모두 쓰도록 마지노선을 정한 것은 예산 조기 집행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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