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예고한 다음날인 15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 국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처음으로 연 1% 선이 무너졌다.

유로존까지 덮친 'R의 공포'…獨·佛 국채금리 사상 최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전일보다 5bp(1bp=0.01%포인트) 떨어진 연 -0.701%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가 연 -0.70%보다 낮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국채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 차(스프레드)는 2008년 이후 최저인 20bp까지 좁혀졌다.

프랑스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0.427%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 말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이날 처음으로 연 1%보다 낮은 연 0.952%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국채 금리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에서 촉발된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바다 건너 유로존을 덮친 모양새다. 미 국채 시장에서는 지난 14일 10년물 금리가 2년물을 밑돌며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금리 역전 이후에는 거의 예외없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불어닥쳤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조만간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유로존 국채 금리 하락세를 부추겼다.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올리 렌 ECB 통화정책위원 겸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ECB는 채권 매입,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상당한 수준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ECB가 9월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한) ‘바주카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국채 금리 하락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안전자산인 장기 국채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이탈리아 연정 붕괴 등 정치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도 크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