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항공기 100대 구매 계획도 재검토할 수 있어"
"시리아 안전지대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테러 통로'는 제거할 것"

터키 에르도안 "미국이 F-35 안 팔면 다른 옵션 택할 것"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의 F-35 전투기 판매 금지 조치에 대해 다른 옵션을 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의 지역위원장 간담회에서 "F-35를 팔지 않겠다고? 좋다.

그러면 미안하지만 우리는 다른 옵션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다른 옵션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그는 결국 미국이 F-35를 판매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터키 에르도안 "미국이 F-35 안 팔면 다른 옵션 택할 것"
그는 F-35를 판매하지 않을 경우 미국 기업과 체결한 민항기 계약도 재검토할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했다.

그는 "우리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잉 항공기 100대를 구매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금을 지급 중이고 이미 한 대가 터키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훌륭한 구매자"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급한 보잉 항공기는 터키항공이 2023년까지 도입하기로 한 보잉 787-9 드림라이너와 737 맥스 여객기를 뜻한다.

터키항공은 지난해 3월 보잉 787-9 드림라이너 25대를 2023년까지 도입하기로 했으며, 2013년에는 보잉 737 맥스 75대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터키 에르도안 "미국이 F-35 안 팔면 다른 옵션 택할 것"
터키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인 F-35의 국제 개발 프로그램 참여국으로 애초 F-35 100대를 구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터키가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을 결정하자 미국 내에서 터키에 F-35를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가 F-35와 S-400을 동시에 운영할 경우 S-400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F-35의 기밀정보 등 NATO의 군사정보가 러시아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은 지속해서 S-400 도입 철회를 요구했으나 터키가 이에 응하지 않자, 지난 17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터키에 F-35를 판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자 이스마일 데미르 터키 방위산업청장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다른 국가에서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업체 '로스테흐'의 세르게이 체메조프 최고경영자(CEO)는 "만일 터키의 동료들이 관심을 보인다면 우리는 수호이(SU)-35S의 수출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에르도안 "미국이 F-35 안 팔면 다른 옵션 택할 것"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미국과 협상 중인 시리아 안전지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유프라테스강 동쪽의 '테러 통로'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는 미국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했으나 터키는 이들을 자국 내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보고 있다.

미국과 터키 대표단은 이번 주초부터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접경 지역에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양측은 안전지대의 규모와 관리 주체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군은 이날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 주재로 수뇌부 회의를 열고 시리아 쿠르드족이 장악한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가능한 군사작전을 검토했다.

아카르 장관은 회의에서 "우리는 미국 대표단에 우리의 모든 입장과 제안을 전달했다"며 "더 기다릴 수 없으며 필요할 경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에르도안 "미국이 F-35 안 팔면 다른 옵션 택할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