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거래 시작한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科創板)…25개 기업 주식 거래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이 22일 정식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커촹반은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 일환으로 추진해온 기술·벤처기업 전문 증시로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설치됐습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나스닥과 같은 기술·창업주 전문 시장을 추가로 개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에 공식 출범하게 됐습니다.

커촹반에 상장한 25개 기업이 개장 시간인 오전 9시30분(현지시간)에 맞춰 본격 거래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9시부터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는 커촹반 개장식이 열렸는데요. 25개 상장 기업 대표들과 잉융 상하이시 시장,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이후이만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이 참석했습니다. 리창 당서기와 이후이만 주석은 개장을 알리는 징을 울리기도 했지요.

거래가 시작된 이후 25개 종목 모두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10시 기준 141%의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시간 N안지(安集) 종목은 288% 뛰어 25개 종목 가운데 최고 상승폭을 나타냈습니다. 커촹반은 사업성이 우수한 기술기업에 대해 기존 증시보다 쉽게 상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상장특례제도를 운영합니다. 이에 따라 상하이나 선전 등 기존 중국 증시에 상장할 수 없는 적자 기업도 커촹반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지요. 상장 후 첫 5거래일은 가격 제한이 없으며 이후 하루 20%까지로 등락 폭이 제한됩니다. 이는 하루 10%까지 등락이 허용되는 상하이 및 선전 증시와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커촹반이 기존 중국 본토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뉴욕 증시를 택한 것과는 달리 중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본토에서 차입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게 실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입니다. 장량칭 루이썬 캐피털 매니지먼트 매니저는 커촹반이 초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커촹반이 궁극적으로 중국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10년이나 20년, 아니면 더 오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커촹반이 기존 본토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상하이와 선전 증시가 하락세를 상황에서 기업들이 커촹반을 자금 조달 창구로 선택하면 자금 흐름이 분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시장이 이런 상황을 소화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다만 기존 본토 증시에서 커촹반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