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수가 23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페이스북은 이 밖에도 미국 행정부의 반(反)독점 조사,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가상화폐 비판 등 전방위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페이스북에 50억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 사안은 미 법무부로 이관됐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불투명하다”면서도 “법무부는 통상적으로 FTC 결정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전했다.데이터 관련 업체인 ‘빅아이디’의 디미트리 시로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벌금은 규제당국이 (기술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신호”란 견해를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의 가장 힘센 기술기업들에 대한 규제당국의 공격적 스탠스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페이스북에 부과된 50억달러는 FTC의 명령 위반에 대한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 최대 벌금은 2012년 구글에 부과된 2250만달러였다. FTC는 개인정보 보호 조항을 처음 위반한 업체에는 제한된 액수의 벌금만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 위반 업체에는 훨씬 많은 벌금을 물릴 수 있다.이번 벌금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데 대한 페이스북의 ‘부실 관리’ 책임을 물은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2년에 이용자의 개인정보 설정을 존중하고 명백한 허락 없이는 이용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FTC와 합의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으로 페이스북은 이 합의를 어겼다는 지적을 받았다.이번 합의안에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 위반과 관련한 다른 정부 부처의 규제 내용도 담겼다.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5명의 FTC 위원이 참여한 표결은 정치 성향에 따라 표가 갈렸다. 현재 FTC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 추천 위원들은 50억달러 벌금 부과에 찬성한 반면 민주당 추천 위원들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페이스북도 이번 벌금 부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FTC 조사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50억달러의 벌금을 물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용도로 30억달러를 배정했다.더 큰 난제는 곳곳에서 악재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FTC와 법무부는 페이스북을 비롯해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정보기술(IT)업계 ‘빅4’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준비 중이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11일 페이스북 등을 겨냥한 ‘디지털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연 수익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이면서 프랑스에서 2500만유로(약 33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글로벌 IT 기업에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물리는 법안이다.페이스북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가상화폐 ‘리브라’도 난관에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윗을 통해 “페이스북 리브라도 (다른 가상화폐처럼) 신뢰성이 거의 없다”며 “페이스북과 다른 업체들이 은행이 되길 원한다면 다른 국내외 은행처럼 모든 금융 규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도 10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리브라는 사생활 보호, 돈세탁, 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성 등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페이스북에 리브라 도입 계획 중단을 촉구했다.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을 비난하기 위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포기했다”고 쓴 전 영국 주미대사 메모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13일(현지시간) BBC는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이란과의 핵 합의에서 탈퇴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영국 일간지 메일온선데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럭 전 대사는 “이는 외교적 반달리즘(공공기물 훼손)”이라고 표현했다.이 문건은 작년 5월 작성됐다. 현재 영국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당시 외무장관이 이란 핵 합의를 고수할 것을 미국에 요청하기 위해 급하게 미국을 방문한 직후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돌연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란 핵 합의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됐다.BBC는 대럭 전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합의했기 때문에 ‘개인적 이유’로 핵 협상을 포기한 것 같다”고 존슨 당시 외무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대럭 전 대사는 이 메모에 “미 대통령 보좌진 의견이 분열돼 있고 이란의 핵 합의 탈퇴 이후에 대한 백악관 전략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역설적으로 당신이 트럼프 대통령 측근을 만날 이례적인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폭로는 “유출 문건에 대한 보도가 공직자 비밀엄수법에 위반된다”는 런던경찰국 경고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나온 것이다. 앞서 메일온선데이는 지난 7일에도 대럭 전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를 “서툴고 무능하고 불안정하다”고 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개했다. 대럭 전 대사는 보고 문건이 유출된 이후 미국과 영국 간 갈등이 빚어지자 지난 10일 사임했다.메일온선데이 측은 “대럭 전 대사 메모가 공공의 이익에 관계되고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중단시키려 했다는 중요한 정보를 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중국, 美 '대만 무기 판매' 결정에 "美 기업 제재" 맞불中매체들 "중미 관계 이성적 판단 필요…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해야"미중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회복 국면에 들어섰던 미중관계가 대만을 둘러싸고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미국은 대만에 22억 달러(약 2조6천억원) 이상의 무기 판매 계획을 추진하고, 이에 맞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는 등 대만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맞서 대만 무기 판매에 참여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하고, 대만 상륙을 가정한 민군 합동 수송 훈련을 전개하는 등 전에 없던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미중 관계에 대만 카드가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상하면서 미중 무역협상 일정도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중 협상 대표단의 대면 협상 일정이 지난주에 잡힐 것이라고 밝혔지만, 양측 협상 대표들의 전화 통화 이후에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중국 주요 매체들은 미국이 대만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 간섭 행위라며 연일 비판 논평을 쏟아 내고 있다.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4일 사평(社評)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비판하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환구시보는 차이 총통이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홍콩 시위 문제를 거론한 것을 비판하면서 "차이잉원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심으려 한다"며 "대만인들의 일국양제에 대한 이미지를 손상하고, 반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신문은 이어 "대만과 홍콩은 완전히 같다"면서 "차이잉원이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한 것은 대만이 중국에 통일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환구시보와 공동 사설을 통해 미중관계에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매체들은 "중미 간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면서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이성"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양국이 이성적으로 중미관계를 이끌어 간다면 수많은 이견을 결국에는 극복할 수 있다"면서 "양국이 심도 있는 전략적인 대화를 통해서 서로 의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그러면서 "중미 무역전쟁을 비롯해 각종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성이 양국관계를 주도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서 이룬 공동인식은 중미외교를 붙잡아 주는 '이성의 닻'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양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무역 협상 재개에 합의하긴 했지만, 미국의 화웨이(華爲) 제재 해제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 협상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 이행에서는 시각차를 보인다"면서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힘겨루기로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