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윌리엄 슈 딜리버루 CEO

"런던은 왜 뉴욕처럼 야식 배달 없지?"
세계 14개국 서비스
직접 음식 배달하는 CEO
최신 기술 활용이 경쟁력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2004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미국 뉴욕 본사에서 영국 런던 지사로 파견 나온 20대 애널리스트 윌리엄 슈는 한 가지 큰 문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업계 특성상 밤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됐지만, 런던에서는 뉴욕에서와 달리 제대로 된 저녁 식사를 사무실로 배달해 줄 만한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는다는 것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슈는 런던에 온 지 2주 만에 자신이 직접 양질의 식사를 배달하는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음식 배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딜리버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딜리버루는 설립된 지 6년째인 현재 영국 프랑스 호주 싱가포르 등 세계 14개국의 500여 개 도시에서 배달원 6만여 명을 두고 약 8만 개 식당과 연계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우버가 딜리버루의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아마존이 딜리버루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현장에는 답이 있다”…직접 뛰는 CEO

슈 최고경영자(CEO)는 2013년 런던 첼시에서 딜리버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상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의 아이디어를 접한 대부분 사람은 “영국 사람들은 미국인만큼 배달 음식을 즐기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더군다나 슈 CEO가 사업을 구상하던 몇 년간 이미 경쟁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런던 시내에서 피자와 패스트푸드 등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슈 CEO는 영국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을 집이나 직장으로 배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으로 믿었다. 슈 CEO는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 확인하기 위해 사업 초창기에 직접 매일 다섯 시간씩 배달 업무를 하면서 시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수요가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고객들이 기존 배달 서비스 업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여러 불만 사항을 알아낼 수 있었다.

사업이 성공한 뒤에도 슈 CEO는 정기적으로 배달원 업무를 직접 하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도 최소 2주에 한 번씩 자전거를 타고 음식 배달을 나가고 있다. 성공한 기업의 CEO인 그가 몸소 현장을 찾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슈 CEO는 “배달을 뛰다 보면 고객과 식당 주인들, 배달원들의 의견을 들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덤으로 평소 하지 못했던 운동을 할 기회도 된다”고 답했다.

이렇듯 현장을 누비는 그의 업무 방식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슈 CEO는 어느 날 한때 자신과 함께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동료의 집에 음식을 배달하게 된 적이 있다. 슈 CEO는 한 인터뷰에서 “그 친구는 내가 뭔가 큰일을 당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건 아닐까 진심으로 우려하는 눈빛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첨단 배달 서비스

지사 파견 2주 만에 창업의 꿈…기업가치 2兆 넘는 유니콘 키워

딜리버루가 경쟁 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딜리버루는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활용 시스템을 통해 매번 최적의 배달 경로를 찾아 배달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해 매번 더욱 정확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딜리버루의 빅데이터 시스템 활용은 배달 서비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관련 기술은 딜리버루가 2017년 시작한 배달 음식 전문 간이 레스토랑 운영 사업인 ‘딜리버루 에디션즈’에서도 쓰이고 있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부족한 지역을 선별해 딜리버루 에디션즈 지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긱 이코노미’ 모델을 향해

빠른 성장세만큼 문제도 적지 않았다. 2016년 8월 딜리버루가 새롭게 내놓은 급여 체계가 발단이 돼 배달원들이 집단 파업에 나선 일이 발생했다. 딜리버루가 그간 운영하고 있던 시간당 임금 체계를 성과급 체계로 바꿀 계획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런던의 배달원들은 딜리버루와 노예(slave)를 합한 ‘슬레이버루(slaveroo)’라는 단어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 시위에 나섰다. 결국 회사 측이 해당 계획을 철회하는 것으로 당시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후에는 배달원의 비정규직 지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딜리버루 배달원들과 같은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임시직 중심의 경제 체제)’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정규직 수준의 복지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슈 CEO는 관련 문제에 대해 직접 고민한 뒤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업계 최초로 배달원을 대상으로 하는 일일 상해보험 체계를 내놨다.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사내 보험 제도를 시간제 근로자에게까지 확장한 것이다. 이어 그는 배달원이 이동 중 예기치 않게 타인의 물건을 손괴할 경우에도 일정 한도까지 금액을 보전해주는 공공 책임보험 제도도 도입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딜리버루의 보험 제도는 긱 이코노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내놨다.

슈 CEO는 지속 가능한 긱 이코노미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슈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직업의 유연성과 안정성 문제는 전통적으로 흑과 백의 문제로 여겨졌다”며 “우리는 근로자들이 유연한 업무 시간을 영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협업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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