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2번째 고위급 무역협상에 나선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담판에 앞서 주요 협상 쟁점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은 지난달 9~10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협상이 ‘노 딜’로 끝난 후 약 50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양측 협상단이 무역 합의 초안을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9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 출석해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기 전 오사카에서 중국 측과 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를 한 후) 하루 반 동안 중국 측 협상단과 전화통화를 했다”면서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러나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불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대화를 하고 있으며 만날 예정”이라면서 “대(對)중국 관계를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그 시점에서 협상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일종의 성공적 합의를 하는 것이 미·중 모두의 이해에 부합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을 위해 훌륭한 합의를 할 수 있다면 확실히 합의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협상 재개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양측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은 중국과 매우 불균형한 관계를 맺고 있고 이것이 미국의 미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쟁우위를 보전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고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강요 금지 법제화 등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쉽게 합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미·중은 지금까지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며 11차례에 걸쳐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워싱턴 회담을 마치면서 양국 협상팀은 베이징에서 추가 협상을 갖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관세율 인상과 화웨이 보이콧, 중국의 보복으로 갈등이 격화하면서 유야무야됐다.

이런 가운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이번주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으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5명의 미국 기업 CEO가 베이징에서 열리는 리 총리와의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비공개 회의여서 참석자 명단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과 배송업체 UPS, 제약회사 화이자, 복합 제조업체 하니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외국 기업 10곳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를 두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 등의 사례를 들어 중국이 미국 기업에 보복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도 참석하는 만큼 반드시 무역전쟁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