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의 자신감…"美 부탁해도 5G 수출 않겠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사진)이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에 대해 “이미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 본사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로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분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런 회장은 “미국의 조치를 예상하고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준비해왔다”며 “퀄컴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우리에게 반도체를 팔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화웨이가 지분 100%를 보유한 반도체 설계업체 하이실리콘은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 칩셋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만 “양질의 성장은 하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매출 증가율이 20%를 밑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1분기 화웨이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4월엔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런 회장은 “우리는 법률에 저촉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압력에 거액의 배상금을 내고 경영진을 교체한 ZTE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는 지난해 미국의 제재로 부도 위기에 처하자 미 정부에 벌금 10억달러를 내고 4억달러를 보증금 성격으로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에 예치했다. 또 경영진과 이사회 멤버를 교체하고 미국 인력으로 구성된 준법감시팀을 회사 내에 배치했다.

런 회장은 향후 미국 진출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세계가 화웨이의 제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미국이 (훗날) 우리에게 5G 통신장비를 생산해달라고 요청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미·중 무역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지며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1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9~10일 협상 결렬 후) 중국이 뒤집었던 약속을 재논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며 “후속 협상 일정을 잡기 위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화웨이와의 신규 거래는 사실상 중단시켰지만 기존 통신망 운용과 장비 공급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90일짜리 임시 거래 면허 발급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