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법원, '위키리크스' 어산지에 징역 50주…보석조건 위반 이유
7년간의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의 피신 생활 끝에 영국 경찰에 체포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7)가 보석 석방 조건 위반을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런던 서더크 형사법원의 데버라 테일러 판사는 이날 열린 재판에서 2012년 6월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어산지에 대해 징역 50주를 선고했다.

검은색 재킷과 회색 운동복 상의를 입은 어산지를 앞에 두고 테일러 판사는 "당신은 7년간 거기(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면서 법을 어기고 이 나라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무시를 전 세계적으로 보여왔다"고 밝혔다.

테일러 판사는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을 떠나는 순간 그를 체포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데 영국의 세금 1천600만 파운드(약 243억원)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동안 어산지 지지자들은 이를 비난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심리에서 어산지의 변호사인 마크 서머스는 어산지를 대신해 법원에 사과했다.

서머스가 대신 읽은 입장문에서 어산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 자신이나 조언자들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무서운 상황에 있었다"면서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서머스는 어산지가 스웨덴을 거쳐 미국으로 다시 송환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질 것이라는 강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호주 출신의 어산지는 미군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2010년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빼낸 70만건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받아 자신이 만든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했다.

이 폭로는 전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고, 어산지는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이 됐다.

이후 어산지는 2011년 영국에 체류하던 중 과거 스웨덴에서 성범죄 2건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돼 영국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난 어산지는 거주지 제한 등을 어기고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몸을 숨겼다.

7년간 은신처를 제공해온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은 어산지와 크고 작은 갈등 끝에 지난 11일 결국 대사관 안으로 영국 경찰관들의 진입을 허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