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전화해 ‘유가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며 “모두가 증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이날 국제 유가가 3% 가까이 급락했다. 하지만 OPEC과 함께 증산 여부에 영향력이 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당장 증산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OPEC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윗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국가들에 원유 공급 확대에 관해 얘기했다”며 “모두가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이란산 원유 수출 전면 봉쇄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OPEC이 증산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에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91달러(2.9%) 하락한 63.30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측 반응과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실권자인) 왕세자와 유가에 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OPEC 사무총장이나 사우디 측 담당 장관과 통화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포럼’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정 수준으로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OPEC과 합의했다”며 “그 합의는 7월까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우디를 포함해 OPEC 파트너 누구도 합의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현재 매일 150만 배럴을 생산하는데 증산 여지가 있다”며 증산 가능성을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발언 취지가 꼭 상반된 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OPEC과 러시아 등은 하루 120만 배럴 감산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오는 6월 OPEC 회의에서 이후 감산 연장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감산이 연장되지 않으면 올 하반기에는 자연스럽게 증산 효과가 나타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