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 대선 출마 선언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트위터 캡처
미국 민주당 유력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6)이 25일(현지시간) 내년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졸린 조(sleepy Joe), 레이스에 온걸 환영한다”며 “오랫동안 의심해왔지만, 단지 당신이 성공적으로 (민주당)예비선거를 치를 지능이 있길 희망한다”고 조롱성 트윗을 올렸다. 미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3분30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미국의 핵심 가치, 세계에서 우리의 지위, 우리의 민주주의, 미국을 미국으로 만들었던 것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을 “이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라고 규정하고, 역사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를 “일탈의 순간”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9일 피츠버그에서 첫 공식 행사를 가진 뒤 몇주간 아이어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을 돌며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선거운동을 통해 세계에서 존경받는 리더십과 미국을 통합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중산층 재건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번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 대선 주자는 20명에 달하게 됐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 출마를 조롱한 트럼프 대통령 트윗. 트위터 캡처
AP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랜 정치 활동으로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고향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위스콘신, 미시간주 등 노동자 계층이 많고 민주당이 최근 패한 경합주에서 인기가 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으로 봤다. 반면 고령으로 ‘구세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점을 최대 약점으로 꼽았다. 말실수와 과거 여성들에 대한 신체접촉 논란 등도 단점이라고 전했다. 진보 성향의 당내 경쟁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중도 성향을 지닌 점도 당내 경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여론은 우호적이다. 모닝컨설트와 폴리티코가 지난 19~21일 1992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상대결에서 우위를 보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42%, 트럼프 대통령이 34%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19%는 미정, 5%는 투표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사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권 도전 선언을 앞두고 이뤄져 일종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로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권 도전은 1998년, 2008년에 이어 세번째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