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성직자 등 80여명, 기도와 강론으로 희생자 기려

세월호 참사 5주년을 맞아 가톨릭의 본산 이탈리아 로마에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미사가 열렸다.

로마에서 유학하는 한인 신부와 수녀 등 성직자와 로마에 거주하는 한인 평신도 등 80여 명은 16일 저녁(현지시간) 로마 중심가에 있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의 예배당에 모여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로마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미사…"늘 기억합시다"
300여 명에 이르는 로마 체류 한인 성직자들은 세월호 사고 1주기부터 매년 어김없이 추모 미사를 열어 희생자들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는 부활절을 앞둔 시기라 상당수의 성직자들이 순례를 떠난데다 미사 공지도 늦게 돼 참석자가 적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예상과 달리 예배당이 가득 들어차 세월호 추모 미사에 대한 로마 한인 성직자들과 신자들의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미사는 로마유학사제단협의회 회장인 수원교구의 배성진 신부가 집전했고, 강론은 예수회 소속의 김민철 신부가 맡았다.

김 신부는 강론에서 세월호 사고가 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 일각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그만하자고 하는데, 뭘 그만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인간 생명의 고귀함을 알기 위해서라도 아직도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우리 사회가 철저히 되돌아보고,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또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오늘만 기억하지 말고, 계속 기억하자"며 "어린 생명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원인과 과정을 밝히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의무이며, 그래야 동일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사 시작 전에는 세월호에 탑승한 학생들의 사고 전 모습 등을 담은 영상도 상영돼 참석자들을 더 숙연하게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자리를 함께 한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는 미사 후 "가톨릭의 성지인 로마에서 한인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해마다 잊지 않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뜻깊고, 고맙다"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