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동맹국들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의 배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미 거대 통신회사인 AT&T는 멕시코 시장에서 화웨이 장비에 적지 않은 의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 당국이 자국 기업인 AT&T의 멕시코 시장에서의 화웨이 장비 사용을 막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AT&T는 멕시코 시장에서 휴대전화 가입자 기준으로 3대 이동통신사 지위를 구축하고, 상당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美정부 글로벌 압박에도 정작 AT&T는 멕시코서 화웨이에 의존"
AT&T는 지난 2014년 말 멕시코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업체인 유사셀(Iusacell)과 넥스텔 멕시코(Nextel Mexico)를 인수했고 이들 업체가 이미 화웨이 장비에 의존하고 있었다.

AT&T는 이듬해인 2015년부터 약 4년에 걸쳐 4G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장비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고, 이 과정에도 화웨이 장비를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AT&T는 다만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핵심 데이터 네트워크 장비는 기존의 화웨이 대신 미국 본토에서 장비를 공급하는 다른 통신장비업체의 것으로 교체했다.

화웨이 배제 차원이 아닌 미국 내에서 사용하는 장비와의 일관성 등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 2011년 이후 멕시코에서 최소 4건의 이동통신 인프라 계약을 따냈고, 수개 업체들이 공유하는 4G 네트워크에 절반 이상의 장비를 공급하는 사업도 이 같은 계약에 포함됐다.

화웨이 측은 멕시코 시장에서 4G 장비의 절반 이상은 자신들의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멕시코에서 화웨이의 성공은 민간 기업들에 화웨이 장비의 위험을 확신시키는 데 있어서 미국 관리들이 직면한 도전을 말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장치)가 설치된 자사 통신장비를 통해 기밀을 빼돌릴 수 있다는 이유로 동맹국들에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도록 압박해왔다.

AT&T 측은 미 당국이 멕시코 시장에서의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T&T의 랜덜 스티븐슨 최고경영자(CEO)는 다만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우리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