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보다 무서운 中 인구 고령화 시한폭탄…2035년 연기금 고갈 위기 [강동균의 차이나 톡]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출생률 감소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노동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부양해야 할 인구는 크게 늘어나면서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 십 년간 이어져온 ‘한 자녀 정책’ 탓에 오는 2035년이면 중국의 연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중국 정부 산하 대표적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1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국가 연금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도시 근로자 연기금이 2028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35년이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035년은 1980년대생은 물론 1970년대 후반 출생자도 정년퇴직하기 전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시 근로자 연기금은 4조8000억위안 규모입니다. 은퇴 연령(60세)을 넘은 인구는 2억4900만 명으로 중국 전체의 인구의 18%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의 연기금은 2027년 7조위안으로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줄어들어 2035년이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50년에는 연기금 지출이 수입보다 11조위안(약 1865조원)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되면 연금 납부자 1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연기금이 위기를 맞은 것은 중국 정부가 1970년대 말부터 40년 가까이 펴온 ‘한 자녀 정책’ 탓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중국은 2016년에 모든 부부가 자녀를 2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요. 지난해 신생아 수는 1523만 명에 그쳐 전년보다 약 200만명 줄었습니다. 중국을 덮친 대기근으로 신생아 수가 급격히 줄었던 196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사회과학원은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400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이후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기금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감세와 비용 축소 정책의 일환으로 5월부터 양로보험(국민연금)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율을 20%에서 16%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에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데요. 왕원링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 부이사장은 “기금의 누적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금의 투자를 촉진하고 기금 비축 규모를 늘리는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류쉐즈 상하이 교통은행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인프라 건설 사업보다 연금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연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기 위해 현재 남성 60세, 여성 55세인 정년퇴직 연령을 더 늦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