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금리인상 전망치 '2회→0회'…美성장전망 하향조정
"보유자산 축소, 9월말 끝내겠다"…양적긴축 2년만에 마침표
'슈퍼 비둘기' 美연준, 양대 긴축카드 다 접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대 긴축카드'를 모두 거둬들이는 모양새다.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연준 수뇌부의 의중을 시장에 전달했고, 시중의 막대한 달러 유동성을 흡수하는 이른바 '양적 긴축'(QT) 정책도 오는 9월 말까지만 하겠다고 스케줄을 명시했다.

19~20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다.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은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핵심적인 긴축카드로 꼽혔다.

통화완화 정책으로 '유턴'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연내 금리동결'을 강하게 시사한데 이어 유동성을 옥죄는 정책까지 제거한 셈이다.

시장의 기대치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은 대목은 다소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다.

일각에서는 '슈퍼 비둘기'로 급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금리인상 없다'…금리인상 3년만에 끝내나
연준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점도표란 FOMC 위원 개개인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분포도로 정리한 일종의 설문조사다.

연준 수뇌부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잣대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FOMC 정례회의에 맞춰 3·6·9·12월 분기별로 공개된다.

지난해 12월에는 '2019년 두 차례 인상' 시나리오가 제시된 바 있다.

당시 FOMC 위원 17명 가운데 5명이 두 차례, 4명이 한 차례 인상을 각각 내다봤고 2명은 아예 동결을 주장했다.

세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리자는 의견도 6명에 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올해 금리를 동결하자는 의견이 11명으로 크게 늘었다.

4명은 한 차례, 2명은 두 차례 인상을 각각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2.4%(중간값)로 낮아졌다.

현재의 2.25~2.50% 기준금리를 동결하자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점도표상의 금리전망치가 '올해 0~1회 인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치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결론을 내놓은 셈이다.

내년도 기준금리 인상횟수는 기존처럼 한차례로 예상됐다.

따라서 금리인상 기조 자체를 폐기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5년 12월부터 시작된 '점진적인 금리인상 행보'는 사실상 3년여만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연준은 2015년 '제로(0) 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한 후 지금까지 9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4차례 금리를 올렸다.
'슈퍼 비둘기' 美연준, 양대 긴축카드 다 접는다
◇경기둔화 우려 증폭…금리인하론엔 선긋기
연준이 비둘기파 성향을 한층 강화한 것은 그만큼 경기둔화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FOMC 성명에서는 '둔화'(slow)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0%에서 1.9%로 낮춰잡았다.

'재선 캠페인'에 들어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치(3%)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권이 2% 안팎 성장한다는 것은 순항한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작년 말보다는 조금 낮지만 올해도 2%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노동시장은 강하고 소득은 늘고 실업률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과 유럽의 성장 둔화세다.

파월 의장은 "유럽과 중국 경제가 상당히 둔화했다"면서 "약한 글로벌 성장은 미국 경제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인하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파월 의장은 "현 경제지표는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을 나타내지 않는다"면서 "인내심을 갖고서 지켜보고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슈퍼 비둘기' 美연준, 양대 긴축카드 다 접는다
◇양적긴축 2년만에 조기종료 수순
시장의 주 관심사였던 '양적 긴축'에 대해서는 '9월 말 종료하겠다'고 연준은 예고했다.

2017년 10월 양적 긴축에 들어간 지 정확하게 2년 만이다.

기존 스케줄보다는 1~2년 앞당겨 조기종료하는 것이다.

양적 긴축이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고 시장의 달러화를 흡수하는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달러를 공급한 '양적 완화'(QE)의 정반대 개념이다.

연준은 매달 최대 500억 달러(약 55조6천억 원)의 보유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보유자산을 줄이고 있다.

국채 3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200억 달러 씩이다.

그 결과, 한때 4조5천억 달러까지 불어났던 보유자산은 작년 말 4조 달러로 줄었다.

파월 의장은 "순조롭고 예측 가능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5월부터는 자산축소의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가령 국채 축소 물량은 기존 3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반토막나게 된다.

유동성 축소를 극도로 꺼리는 금융시장의 이해를 반영하는 조치로도 읽힌다.

지난해 뉴욕증시가 흔들리고 거의 모든 투자자산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양적 긴축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50B's(매월 500억 달러의 자산축소)를 그만두라"고 촉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