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작가 카뮈 테러 비난 '자신은 무고' 주장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기 테러 범인이 유럽, 특히 프랑스로부터 테러의 영감을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범인의 선언문 제목 '대전환'(The Great Replacement)의 작가인 르노 카뮈가 집중 비난을 받았다.

백인 토착 주민들을 타지역 이민자들로 교체한다는 음모설인 전환(Replacement)은 유럽 전역의 극우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로 이민 논쟁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용어가 됐으나 뉴질랜드 테러범 브랜턴 태런트는 그의 테러 선언문에서 프랑스 방문을 통해 대전환의 실상을 목격하고 '폭력 사용의 동기'를 부여받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픽션과 함께 동성애 등 정치적 논점을 즐겨 다뤄온 작가인 카뮈는 자신의 소규모 정당을 창설하기도 했으며 '대전환'을 통해서는 프랑스 이민의 음모설을 제기하고 있다.
뉴질랜드 테러범 프랑스 작가로부터 '영감'
16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카뮈는 16일 테러범 태런트가 자신의 저서 내용을 인용한 데 대해 비난이 잇따르자 테러공격을 '범죄이고 우둔하며 끔찍한 것'으로 비난하면서 태런트가 자신의 구절을 '오용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범인 태런트는 그의 선언문에서 카뮈의 저서 내용을 상당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FP는 지적했다.

카미가 식민주의에 비유한, 기존의 인구구성이 새로운 이주민에 의해 교체되는 인구소멸에 대한 공포가 선언문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카뮈는 또 '나의 사랑 페기다(Pegida)'란 에세이에서 독일의 반이슬람 그룹인 페기다를 '동방의 떠오르는 희망' '반식민주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해방전선'으로 치하하고 있다.

그는 "토착 주민이 식민화하는 식민주의 정복이 이뤄지는 한 공존의 희망이란 없다"면서 토착 주민을 굴복시키기 위해 인구학상의 인해전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런트는 선언문에서 카뮈의 이념을 반영, "'복제'하지 못하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백인들을 대체하기 위해 수백만 명이 우리의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면서 "대량 이민 위기는 유럽인(백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에 대처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유럽인의 완전한 인종적, 문화적 교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뮈는 이에 대해 자신은 결코 살인을 옹호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7년 언론매체 VOX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저술에서 시사하는 이론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교체당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강한 인식"이라면서 이는 "식민주의를 거부하는 핵심이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와 그들의 문화와 종교,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카뮈는 한편으로 그가 옹호해온 백인 민족주의가 나치즘과는 다르다면서 '인종은 존재하며 매우 중요한 것' '위협에 처한 인종을 비롯해 모든 인종이 보존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인종이 가장 위협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백인일 것"이라면서 특히 프랑스의 경우 "자신의 영역과 문화, 문명을 급속히 상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샬러츠빌(미국 버지니아)의 폭력사태를 강력히 거부하지만 '우리는 교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구호는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극우이념 전문가인 장-이브 카뮈(르노와는 관계없음)는 태런트의 이념이 '대전환' 이론에서 프랑스의 또 다른 선구자인 작가 장 라스파이의 사상에 확고한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테러범 태런트가 르노 카뮈보다 '훨씬 극단적'이며 르노 카뮈는 테러는 물론 폭력을 용인한 적이 없다면서 라스파이를 또 다른 '출처'로 지목했다.

지난 1960년대 영국의 정치인 에노크 파월과 프랑스 작가 장 라스파이는 비백인 이민에 따른 유럽의 비극적 미래를 예고한 바 있으며 르노 카뮈는 '대전환'에서 이들 두 사람을 '예언자'로 지칭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