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춘제(春節·설) 연휴에 중국의 소비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춘제 소비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05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춘제 연휴(4~10일) 기간 소매·요식업 매출이 1조50억위안(약 166조6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11일 발표했다. 지난해 춘제 소비 증가율에 비해 1.7%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2011년 증가율(19.0%)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내 관광객 수 증가율도 하락했다.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이번 춘제 때 중국 국내 여행객 수는 4억1500만 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7.6%, 관광 수입은 5139억위안으로 8.2% 증가했다. 지난해 춘제 연휴 여행객 수와 관광 수입 증가율은 각각 12.1%와 12.6%였다.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은 58억3000만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수입 증가율이 60%를 넘어선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한 것이다.

중국에서 춘제 연휴는 노동절(5월 1일), 국경절(10월 1일) 연휴와 함께 최대 소비 성수기로 꼽힌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 맞은 이번 춘제 소비 성적표는 중국 경제의 하강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소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