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에 축하 손 내밀자마자 "장벽 없이는 국경 안전 없어" 일전 예고
트럼프, 펠로시 의장 선출직후 브리핑룸 깜짝방문 '장벽 여론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116대 의회 개원식에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선출되기가 무섭게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 관철을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트윗'을 통해서가 아니라 백악관 브리핑룸에 '깜짝 등장'해 약식 브리핑을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리얼리티쇼'를 방불케 하는 '깜짝 이벤트'였다.

트럼프 대통령 뒤로 국경 순찰대와 이민세관단속국(ICE) 관계자 8명이 '병풍'처럼 늘어선 채로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으로 의회 권력 분점 시대가 열린 가운데 '트럼프 대 펠로시'의 대결 구도로 펼쳐지게 될 자신과 민주당 간 일전의 첫 시험대가 될 장벽 예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13일째인 이날 오후 4시 넘어 기자단에 '5분 이내'로 세라 샌더스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고, 약 20분 후 샌더스 대변인이 단상에 나타났다.

샌더스 대변인은 "짧은 공지에도 참석해줘서 고맙다.

2019년을 조금 색다르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브리핑룸에 특별손님을 모시려고 한다.

바로 우리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이다"라고 말했다.

소개와 함께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안녕하냐. 아름다운 곳이다.

(브리핑룸을) 한 번도 못 봤다.

아름다운 곳이다.

해피 뉴 이어"라면서 새해 인사를 건넨 뒤 "낸시 펠로시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낸시, 축하한다.

엄청난, 엄청난 성취"라고 추켜세운 뒤 "바라건대 우리는 함께 협력해 사회기반시설과 그 외 많은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해결했으면 한다.

나는 그들이 그러기를 매우 바라는 걸 알고 있으며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실제로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장벽 문제로 화제를 옮겼다.

그는 "나는 지난주 국경 보안, 국경 통제에 대한 입장을 견지한 데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장벽 없이는 국경 안전을 얻을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어 "벽이든 장벽이든 무엇이 됐든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면 된다"며 미국 국민은 '안전'을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뒤로 배석한 인사들 가운데 2명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장벽 건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발언이 끝난 뒤 기자들은 질문을 하기 위해 앞다퉈 손을 들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따로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기자석에서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을 것이냐", "브리핑룸의 핵심은 질문을 받는 것이다"라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이 "장벽 건설 예산을 한푼도 반영할 수 없다"며 4일 하원 본회의에서 민주당표 지출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경 입장을 견지, 새 의회에서 양측간 일전이 예상돼 셧다운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브리핑을 두고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브리핑룸 방문이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룸 단상에서 브리핑 형식의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지만 기자실을 들른 것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특사단이 백악관을 찾았을 당시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 브리핑룸을 들러 한국 정부가 "중대 성명을 발표한다"고 직접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룸 방문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물론 참모들도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라고 미언론들은 보도했었다.

당시 대북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을 희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펠로시 의장 선출직후 브리핑룸 깜짝방문 '장벽 여론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