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찰 될수 있지만 다른 나라도 우리 도와야"…분담금 협상 험로 예고
트럼프 "불이익보며 부자나라 보조금 안돼"…방위비분담 또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불이익은 감수하지 않겠다'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실상 원점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여파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인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해외 파병 장병들과 가진 화상대화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 점이 나와 (그 이전의) 다른 어떤 대통령을 다소 차별화시키는 대목"이라고 말했다고 풀 기자단이 전했다.

이어 "그 누구도 이러한 질문들을 (동맹국에)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풀 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지금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며, 우리는 그에 대해 돈을 내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풀 기자단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들이 방위비 분담을 더 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 글을 통해 시리아 철군을 비롯한 동맹관 등에서 견해차로 전격 사퇴키로 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도 이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이 동맹에 부정적이라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는 전 세계 많은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며 "매티스 장군은 이것을 문제로 보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문제로 보고 고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대선후보 시절인 2016년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언급한 점과 실무차원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진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미 수뇌부의 완강한 대폭 증액 요구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점 등에 비춰 그가 염두에 둔 나라에 한국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발언은 전날 매티스 장관의 '동맹관'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날은 해외 파병 장병들과의 화상 전화라는 형식을 빌려 미국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다는 점까지 보다 선명히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경찰론'까지 꺼내 든 것은 미국이 그동안 해온 대로 '세계의 경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혜택'을 보는 동맹들이 제대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20일 시리아 철군 결정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더는 '중동의 경찰'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의 경찰'은 제2차 대전 때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주의 외교'를 상징하는 말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시 고립주의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음에 따라 동맹을 중시하는 매티스 국방장관의 이달 말 조기 교체와 맞물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도 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면서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것도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 진행 상황과 맞물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대북 문제와 관련된 카드로 써가며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꺼내 들 가능성이나 자동차 관세 부과와 연계할 개연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의 경우 매티스 장관과 존 켈리 비서실장 등 그동안 한반도 주변의 안보와 동맹이라는 관점에서 주둔 유지를 강하게 요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어왔던 핵심 인사들이 퇴장하게 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