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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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경제무역 갈등을 겪는 중국이 내년도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경기 하방 압박에 대비한 대응책과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의식한 대외개방 확대 계획을 내놔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중국 경제 전문가와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 발표의 핵심은 중국이 경제무역 분야에서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경기 부양에 총력을 쏟으면서도 미국을 의식해 대외개방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3년 동안 유지하겠다며 채택한 ▲ 금융리스크 관리 ▲ 빈곤퇴치 ▲ 환경오염 대응 등 3대 공견전(攻堅戰) 중 경기 부양에 부담되는 환경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으면서 경기 부양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중국 경제계의 평가다.

또 지난해보다 더 강화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감세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며 적자재정 확대를 예고했다.

홍콩 매체 명보(明報)는 이날 논평을 통해 "올해 감세와 각종 비용 인하 규모가 1조1천억 위안(약 178조9천여억원)이고,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액이 1조3천500억 위안(약 219조6천여억원)이었다"면서 "내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친다면 (감세 등의) 규모가 이보다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대(對)중국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는 '개방확대 요구'를 의식한 듯 '전방위적인' 개방정책을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 지도부는 현재 중국이 경기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을 포함한 외부 환경이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 지도부의 이런 상황 판단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올해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보면 중국은 미중 간 경제분야 갈등을 의식해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하고,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한 준비 태세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면서 "한편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경제무역협상을 고려해 대외개방에 '전방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사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사평(社評)에서 "(내년 중국경제의) 문제와 어려움은 실재하고 객관적"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 순서와 수단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경제에 대한) 변화 압력을 경제의 질적 발전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회의 호소내용 중 하나"라면서 "이를 실현할 중요 방안 중 하나가 개혁개방을 심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가장 달라진 것은 환경문제에 대한 거론이 상당 부분 축소된 점이다.

중국 지도부는 올해 회의에서도 지난해 강조한 '3대 공견전'이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다고 평가했지만, 3대 공견전의 세 가지 추진 과제 중 환경문제에 대한 개별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실제 올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채택된 농촌 지역 진흥, 지역 균형 발전, 내수 시장 강화, 제조업 질적 발전, 경제체제 개혁, 전방위적인 개방, 민생 개혁 등 7가지 핵심 추진 과제에서 환경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하반기 중국 경기지표가 악화한 가운데 중국당국이 환경오염 기준을 완화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 부양 외에 이번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대외개방 확대 조치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을 의식해 '전방위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만큼, 외국기업의 합법적 권익 및 지식재산권 보호, 수출입 확대, 수출 시장 다원화, 제2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 개최 등 다양한 개방정책을 채택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발표문을 꼼꼼히 살펴보면, 크게 경기 하방 압박에 대비한 부양책과 미국을 의식한 대외개방 확대 등 두 가지가 중국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특히 환경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중국의 경기 하방 압박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