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중국인 기소 철회하고 모략 중단하라"
관영언론 "美, 주화입마에 빠졌다…매우 악질적"
중국은 미국에 화살…무역협상에 걸림돌 될 수도
중국, 미국의 "기술도둑질" 비난에 발끈…갈등 격화
미국이 중국 정부의 지령을 받고 해킹을 저지른 혐의로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하면서 중국이 '기술도둑질'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자 중국이 "모략"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이 향후 협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과 입장 자료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비난에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주요 사안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을 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어떠한 상업적 기밀을 훔치는 행위에 가담한 적이 없고 이를 지원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며 양국의 협력 관계를 크게 손상하는 일로 "매우 악질적"이라고 비판했다.

화 대변인은 이번 일이 미중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질문에 "양국 관계와 양국의 협력 영역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미국이 즉각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인의 기소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답했다.

애플과 아마존의 칩에서 중국 스파이칩이 발견됐다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지난 10월 보도 등을 예로 들면서 "미국이 그럴듯한 데이터로 중국을 비난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중국에 각종 딱지를 씌우는데 거짓말은 1만번을 하더라도 거짓말이고 진실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미국이 외국 정부와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조직적인 사이버 기밀 절도와 감청 활동을 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이 필요한 조처를 해 중국의 인터넷 보안과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영국 등 미국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자국에 대한 비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평(社評)에서 미국의 중국인 해커 기소를 거론하면서 미국이 최근 미중 갈등 상황에 심취해 '주화입마(走火入魔)'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주화입마는 무협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자신의 힘에 취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을 뜻한다.

신문은 "미국이 자신들의 발전한 법률 체계를 무기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 한다"면서 "정체불명의 사람을 붙잡아 중국의 꼬투리를 잡으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중국 민간 부문에 얼마나 많은 해커가 있는지 중국 정부는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어떤 중국인도 이런 해커들이 중국 과학기술 현대화의 선봉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주요 매체인 관찰자망(觀察者網)도 이날 평론에서 "미국의 중국인 해커 기소는 '미국 대 중국'의 대결 구도를 '세계 대 중국'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관찰자망은 또 "인터넷 시대를 맞아 어떤 국가든 모두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고, 여기에는 인사 정보, 산업 정보, 과학기술 정보가 다 포함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리 이치에 맞지 않은 주장을 계속해서 펴고 있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 법무부의 이번 기소가 단독적인 사안이라기보다는 미중 경제무역 협상과 반드시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중국인 해커들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기업들로부터 정보를 훔쳤으며 미국 정부 기관의 전산망에도 침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법무부는 이들이 중국의 정보기관과 직접 연계돼 있으며 중국 당국이 이들의 정보절취 행위를 승인하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완전한 사기이자 도둑질"이라며 "중국은 이를 통해 법을 지키는 기업과 국제규칙을 따르는 국가들보다 우위에 서는 불공정한 이득을 얻는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