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정책을 둘러싼 정파 간 대립 속에 연립내각의 큰 축을 잃은 샤를 미셸(42) 벨기에 총리가 결국 물러나는 카드를 선택했다.

샤를 총리는 18일 '유엔 이주 글로벌 콤팩트'(GCM) 문제를 놓고 야권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안을 제출하자 필리프 국왕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벨기에 왕궁은 트위터를 통해 "필리프 국왕이 미셸 총리를 만났다"며 사의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필리프 국왕은 샤를 총리가 제한된 권한을 행사하는 임시정부 수반으로서 내년 5월의 다음 총선을 거쳐 새 내각이 꾸려질 때까지 자리를 지켜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프 국왕이 샤를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여 의회 해산 결정을 내리면 40일 안에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벨기에는 2014년 총선 후에 네덜란드어권의 제1당으로 우파 성향인 민족당(N-VA)과 기독민주당(CD&V), 자유당(Open VLD), 그리고 미셸 총리의 프랑스어권 자유당(MR) 등 4개 정당이 주축이 된 연립정부가 출범했다.

이 가운데 반(反)난민 정책을 주장하는 N-VA는 연방의회가 '유엔 이주 글로벌 콤팩트' 서명 동의안을 가결처리하는 것으로 미셸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자 이에 반발해 소속 장관들을 지난 9일 사퇴시켰다.

연정 체제가 무너진 뒤 여소야대 정부를 이끌게 된 미셸 총리는 조기 총선 가능성을 일축한 채 소수 좌파 진영의 지지를 끌어들여 내년 5월 총선 때까지 집권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불신임안이 제출되자 사퇴 카드를 선택했다.

미셸 총리의 자유당(MR) 등 소수 연립내각을 이루는 3개 정당 의석은 전체 150석 중 52석에 불과해 제휴 세력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정적인 정국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셸 총리는 "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벨기에에서는 모로코 마라케시 회의에서 지난 10일 채택된 '유엔 이주 글로벌 콤팩트'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폭력시위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요일인 지난 16일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주변에서 N-VA 등 우파 정당 주도로 유엔 이주 글로벌 콤팩트에서 빠지라고 요구하는 '마라케시 반대 행진(March against Marrakech)' 시위가 펼쳐졌다.

약 5천500명이 참가한 시위는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한 진압 경찰에 맞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깨뜨린 보도블록과 폭죽 등을 던지면서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도 했다.

당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외국인 이민 정책에 우호적인 미셸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주 문제에 관한 유엔 차원의 첫 합의인 글로벌 콤팩트는 각국이 주권과 국제법의 의무를 유지한 채 이주 관련 정책에서 국가 간 협력을 증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경 통제를 느슨하게 만들어 이민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유럽 등의 여러 나라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