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과 교신하고, 적 통신체계 무력화할 수 있어"
허리케인·지진 등 '인공 재난' 우려도…中 "지나친 우려 금물"
중·러시아, 공동으로 '대기 조작' 실험…"군사용 전환 가능"
중국과 러시아가 인위적으로 대기를 조작하는 실험을 공동으로 수행했는데 이는 군사적으로도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6월 동유럽에 있는 수라(Sura) 기지에서 강력한 전자기파 에너지 빔을 전리층에 발사해 대기를 조작하는 실험을 모두 6차례 했다.

이 실험은 전자기장, 전리층 플라스마 등을 관측할 수 있는 중국의 지진예측 위성 '장헝(張衡)-1호'와 연계돼 수행됐다.

지구 상공 75∼1천㎞ 구간의 전리층은 태양 에너지에 의해 공기 분자가 이온화한 자유 전자가 밀집한 곳이다.

지상에서 발사한 전파가 전리층에서 반사되기 때문에 무선 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 수행된 대기 조작 실험은 과학 연구를 위한 것이지만, 군사적으로도 전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력한 전자기파 에너지 빔이 전리층에 발사되면 일시적으로 전리층 내에 '블랙홀'이 생겨 적군의 전파가 반사되지 못한다.

이는 적군의 통신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먹통' 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또한, 높은 에너지의 극초단파는 하프를 튕기는 것처럼 전리층의 전자기장을 튕겨 극저주파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극저주파는 수심 100m 이상의 바닷속으로 침투할 수 있어 잠수함과 교신을 가능하게 한다.

옛 소련이 1981년 수라 기지를 만든 것도 이러한 군사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방부 산하 핵심 연구개발 조직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1990년대 수라 기지 4배의 위력을 가진 최대 1기가와트(GW) 에너지 빔을 방출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학기술원과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中國電科·CETC), 난창(南昌)대학 등은 군부의 지원을 받아 이보다 더 강력한 시설을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에 짓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일부에서는 인위적인 대기 조작이 허리케인, 지진, 쓰나미 등의 '인공 재난'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실제로 지난 6월 행해진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실험에서는 영국 국토의 절반 크기인 12만6천㎢에 달하는 대기에 물리적 영향이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한 과학자는 이에 대해 "우리는 신이 아니며,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라며 "러시아는 프랑스, 미국 등과도 공동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험이 자연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그 위력이 너무 작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