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아르헨 정부에 보편사법권 적용 요구
"사우디 기관원, 카슈끄지 살해 전 시신 처리 사전논의"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당국의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27일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가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에 보편적 사법관할권을 행사해 예멘에서 벌어진 사우디 군 주도의 민간인 학살 등 반인권범죄 혐의로 무함마드 왕세자의 처벌을 요청하는 진성서를 최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G20 회의 참석'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 체포될까
이 진정서는 연방법원에 접수된 뒤 아르헨티나 국내법 절차에 따라 검찰 측으로 넘겨졌다.

이에 따라 검찰 측은 아르헨티나 헌법에 규정된 보편적 사법관할권 원칙을 적용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검찰이 이 원칙을 적용하기로 한다면 반인권범죄 혐의가 있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손님으로 찾아간 아르헨티나에서 최악의 경우 체포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디언은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현지 언론매체가 인용한 아르헨티나 사법당국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카슈끄지 살해사건은 반인권범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이번 진정서 내용은 예멘에서 사우디군 주도로 행해진 광범위한 형태의 고문이나 군사 작전에 주로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사우디가 2005년 3월 이후 예멘에서 가옥, 학교, 병원, 시장, 모스크를 공습하는 등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해 왔다며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한 소식통은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체포 가능성을 묻는 가디언 측 질문에 "우리는 그 문제에 코멘트할 수 없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G20 정상회의) 참석이 확인된 사실만 말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케네스 로스 HRW 사무총장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예멘이나 사우디에서는 정의를 찾지 못한 희생자들을 배상의 길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가담한 사우디 기관원이 사전에 훼손 시신의 처리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G20 회의 참석'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 체포될까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이날 터키 검찰 소식통을 인용해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하루 전인 지난 10월 1일 만수르 오스만 압바후사인이라는 사우디 기관원이 터키에서 빌라를 소유한 한 사우디 기업인과 전화 통화로 훼손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사우디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칼럼을 자주 썼다가 결국 살해당한 카슈끄지는 10월 2일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영사관으로 불려가 취조를 받다가 살해된 뒤 시신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한 조각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

터키 경찰은 26일 이스탄불의 남동쪽 얄로바주 테르말 구역에 있는 문제 기업인 소유 별장을 수색하는 등 카슈끄지의 시신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