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처럼 크고 싶으면 공산당에 가입하라" 압박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개혁·개방 정책에 공로가 큰 각 분야 인사 100명의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명단에는 경제, 과학, 스포츠, 국가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이름을 올렸는데요. 기업인 중에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대기업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회장 등 3대 IT 기업 수장들이 포함됐습니다. 중앙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수상자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후보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마윈 회장이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마 회장이 공산당원일 수도 있다는 추측은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공산당 기관지가 공식적으로 마 회장의 신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화텅 회장과 리옌훙 회장은 모두 공산당원이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맡고 있지만 마윈 회장은 정협 위원이 아닙니다.

마 회장은 수년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석상에서 중국 공산당을 옹호해왔는데요. 공산당의 경제개발 계획을 지지하면서 “인공지능(AI),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가 만드는 디지털 정보가 시장 정보보다 가격 결정이나 효율성에서 더 우월하며 앞으로 계획경제가 시장자본주의를 추월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본가이자 e커머스의 제왕인 마윈이 공산당원이었다”며 “이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WSJ는 20년간 알리바바를 이끌었던 마 회장이 내년 은퇴를 선언한 마당에 그가 공산당원임을 정부가 공개한 진짜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공산당이 영향력과 통제력을 기업으로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또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 회장의 공산당 신분을 공개함으로써 당이 알리바바 같은 민간기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업인들이 공산당원 배지를 달아야만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도 담겨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WSJ는 중국에서 공산당원은 1만위안(약 163만원) 이상을 버는 경우 2%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산당에 내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포브스 추산 351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마 회장 역시 상당한 금액을 공산당에 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마 회장의 신분 공개로 인해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 회장은 상장기업인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인데요. 공산당과 알리바바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공산당원은 주주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 대변인은 “경영진의 정치적 제휴 관계가 회사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국가의 모든 법률과 규제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