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양보하자" 손 내밀면서도 '중국식 발전'·'중국제조 2025' 양보 불가 피력

"평등한 대화로 무역 분쟁을 해결하고 싶다.

성의 있는 양보를 할 수 있지만 일방적 압박이 가해진다고 해도 중국식 발전 모델을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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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무역전쟁 발발 이후 처음 대좌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협상에 임하는 입장은 이처럼 요약된다.

시 주석은 17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포럼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고압적인 대외 정책 노선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나라와 나라는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서로 양보해야 한다"며 "이렇게만 한다면 협상을 통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성의 있는 양보'를 해 무역전쟁을 종식하려는 용의가 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 주석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시 주석은 외부의 압력에 굴복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중국식 경제 발전 모델이 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한 나라가 어떤 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는 그 나라 국민이 가장 큰 발언권이 있다"며 "한 종류의 모델로 모든 나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우리가 사는 이 행성에는 200여개 국가와 2천500개 민족이 있어 한 색깔로 획일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차이는 교류의 걸림돌이 될 수 없고 대립의 이유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시 주석은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 첨단 산업 지원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그는 인류가 첨단 과학기술 발전의 중대 국면을 맞은 가운데 혁신을 제약하는 장애물들을 혁파하고 국제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성과는 소수의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과학기술 혁신의 성과가 더욱 많은 나라와 국민에게 퍼지고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 제한을 대중 압박의 카드로 쓰는 한편 중국의 산업 육성 정책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체면은 살려줘야…트럼프 대면 앞두고 '마지노선' 내민 시진핑
최근 재개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 과정에서도 이 같은 중국의 태도가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미국 측에 총 142개 항목에 달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중국제조 2025' 같은 산업 정책에 대한 약속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 지식재산권 도둑질 ▲ 외국 투자 기업에 기술 이전 강요 ▲ 자국 기업에 유리한 산업 보조금 정책 ▲ 정부 주도의 첨단 산업 지원 정책 ▲ 불투명한 비관세 장벽 ▲ 과도한 외자 기업 시장 진입 제한 ▲ 무역수지 불균형 ▲ 인위적 위안화 평가절하 등 무수히 많은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에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추가 개방 확대, 미국 상품 수입 확대를 통한 대미 무역흑자 축소 등 여러 분야에서 충분한 성의를 보일 수 있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는 차세대 산업 육성 정책은 절대로 양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미국이 '무역 반칙 국가'로 낙인찍어 중국을 고립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시 주석은 개혁개방 지속 의지를 재차 천명하면서 자국이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긍정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 애썼다.

그는 "개혁개방 40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중국인들은 개혁개방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여기게 됐다"며 "중국은 외자 기업 투자 진입을 위한 새 네거티브 리스트를 만드는 한편 금융,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 분야에서 계속 시장 개방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