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뭇매 맞자 1차대전 종전기념식 후 다른 미군묘지 찾아
날씨 탓 미군묘지 참배 취소한 트럼프, 결국 다음날 참배
프랑스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에 있는 쉬렌 미군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파리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이 궂은 날씨 탓에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행사를 취소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 및 오찬을 한 후 날씨가 좋지 않자 헬기 여행의 안전을 고려해 앤마른 묘지 참배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인 주프랑스 대사관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크롱 대통령 등이 각자의 외부 공식 일정을 소화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비난 여론은 미 정치권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들끓어,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외손자인 니컬러스 솜스 영국 하원의원은 "그들(미군)은 적을 향한 채 전사했는데 저 한심하고 무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사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날씨조차도 견뎌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차대전 종전 기념행사에 참석한 후 쉬렌 미군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가족과 국가, 신과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영웅들을 추모한다"며 "그들이 수호한 평화와 문명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 묘지에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 1천541명의 묘소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의 비난 여론 탓에 참배 일정을 추가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예정된 일정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일정의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이날 밤 백악관에 도착한다.

이번 파리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노선은 유럽 정상들의 성토 무대에 올랐다.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종전 기념행사에서 "민족주의는 애국심의 정반대, 애국심의 배신이다"라며 "낡은 망령들이 혼돈과 죽음의 씨앗을 뿌리려고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CNN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자랑스럽게 옹호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말은 전세계의 청중을 위한 것이지만, 기념식에 참석한 60여 명의 세계 정상 중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질책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령과 짧은 만남을 가졌으나, 미ㆍ러 정상회담을 개최하진 않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두 정상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