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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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그린 초상화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억원에 낙찰됐다.

25일(현지시간)에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벨라미가(家)의 에드몽 벨라미'라는 그림이 43만2500달러(약 4억9000만원)에 팔렸다고 뉴욕타임스(NYT)와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이 그림은 프랑스의 예술집단 '오비우스'가 AI를 활용해 그린 가상의 남성 초상화다. AI 그림이 세계 주요 경매에서 낙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7분 동안 치열하게 진행된 경매에는 모두 5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한 전화 응찰자에게 초상화가 돌아갔다고 크리스티 측은 밝혔다.

낙찰가는 당초 크리스티 측이 예상한 7000∼1만 달러(약 800만∼1100만 원)보다 40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특히 같은 경매에 나온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낙찰가 7만5000달러)과 로이 릭턴스타인의 작품(낙찰가 8만7500달러)을 모두 합친 가격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초상화는 흐릿하고 완성되지 않은 듯한 남성의 이미지를 묘사했다. 크리스티는 "약간 뚱뚱한 신사로 아마도 프랑스인일 것이며, 어두운 프록코트와 순백의 칼라로 미뤄볼 때 교회의 남성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품 오른쪽 하단에는 작가의 서명 대신 복잡한 수학 공식이 적혀 있어 사람이 아닌 컴퓨터 알고리듬의 산물임을 짐작하게 한다.

'오비우스'의 공동 창립자인 위고 카셀-뒤프레는 14∼20세기에 그려진 초상화 1만5000점을 AI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림 창작에는 '생산적 적대 신경망'(GANs·실제 이미지를 활용해 가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활용됐다.

'오비우스'는 성명에서 "흥분되는 순간"이라면서 "이러한 신기술이 예술 창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제적 대화의 일부가 된 것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AI와 협업해온 상당수 다른 작가들은 이 초상화가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작가 로비 배럿은 자신이 작성해 인터넷에 공개한 코드가 이 초상화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비우스' 측은 배럿의 코드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코드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