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美보좌관과의 회담 근거 추정…"러, 무한 대응하지는 않을 것"

미국은 옛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탈퇴 공식 절차를 늦어도 한 달이나 한 달 반쯤 뒤에 개시할 것이라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망했다.

25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자국 TV 방송 '로시야-1' 채널과 인터뷰에서 앞서 러시아를 방문했던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회담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예상했다.

라브로프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고 의사만 표명된 미국의 INF 탈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볼턴 간 회담을 포함한 모스크바 협상에 미뤄볼 때, 미국은 이미 (탈퇴) 결정을 내렸다"면서 "다만 공식 절차가 아주 조만간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한 달이나 한 달 반쯤 뒤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조약 파기에 관한 문서 공식 접수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조약은 파기 제안국과 상대국 모두에 대해 효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라브로프는 러시아가 미국의 INF 탈퇴에 대응해야 하겠지만 옛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전적으로 몰입해 스스로의 경제·재정 능력을 심하게 훼손했던 선례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 미 행정부의 분위기가 INF 탈퇴에 이어 2021년 만료되는 전략공격무기 제한 협정인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새 전략무기감축협정) 연장 필요성에 대한 회의로까지 확산한다면 나쁜 일이 될 것이란 점을 푸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이런 일이 현실화하면 군비 통제를 위한 어떤 법적 장치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러 간 군비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천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 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러시아가 INF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다며 이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앞서 23일 방러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INF 탈퇴에 관한 미국의 공식 통보가 적절한 때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 한 인터뷰에선 "이는(조약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아주 명확하고 확고한 것"이라며 조약 탈퇴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러 외무 "美, INF 탈퇴 공식 절차 한달 뒤쯤 개시할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