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위약금 국민 부담"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에 대한 제재 조치로 대 사우디 무기수출 중단 방침을 시사했던 캐나다 정부가 수출 취소 시 물게 될 거액의 위약금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사우디에 무기수출 중단 방침을 밝힌 뒤 이틀만에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이 국민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해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고 캐나다 통신이 전했다.

캐나다는 자국산 경장갑차를 사우디에 수출해 오고 있으며 전임 보수당 정부 때 체결한 판매 계약은 총 150억 캐나다달러(약 13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토론토에서 보도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임 정부에서 체결된 판매 계약 상 캐나다 국민에 엄청난 재정 부담을 피하지 않으면서 계약을 파기하거나 유예하기가 매우 어렵게 돼 있다"고 정부의 고민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관련 논란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캐나다 국민이 우리의 행동을 요구할 것인 만큼 우리가 취할 선택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판매 계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이나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위약금 규모가 10억 캐나다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계약 조건 상 비밀 준수 의무를 들어 정확한 위약금 규모와 지불 상대 등에 관해 함구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부 장관은 "정부가 계약 조건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세부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상업 거래상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야당과 인권단체들은 사우디에 대한 장갑차 수출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정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이전부터 사우디에 판매된 캐나다산 장갑차가 반정부 세력 탄압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무기 수출허가를 취소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트뤼도 총리는 자국산 장갑차의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해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서 "대단히 고민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캐나다 군사장비 판매 규정은 수입국 시민을 상대로 한 인권 침해에 군사장비들이 사용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 인권 전문가는 사우디와의 무기수출 계약에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면서 "결국 정부의 논리는 계약 조건에 매인 탓에 사우디가 아무리 잔인한 범죄 행위를 하더라도 무기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앞서 트뤼도 총리는 지난 21일 국내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사우디 정부와의 장갑차 판매 계약에 대해 "이 계약에는 그들에게 판매되는 것들의 사용과 관련해 따라야 할 조항들이 있다"면서 "만약 그들이 이 조항들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단연코 그 계약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반체제 언론인 피살' 사우디에 무기수출 중단 '고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