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효과 보자" vs "세계문화유산 보호해야" 논란 거세

호주의 '상징'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지붕을 경마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고 영국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특히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오페라하우스를 '부적절하게' 상업화한다는 비난 여론과 경제적 이득을 챙기자는 논리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20세기 건축 문화의 걸작'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오페라하우스의 돛 모양 지붕에는 경마대회를 홍보하는 10분 분량의 프로젝션(projection) 광고를 9일 시행하기로 정책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다.

오페라하우스의 루이제 헤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경마대회인 '에베레스트컵'(Everest Cup) 광고를 부적절한 상업주의라면서 거절했으나,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뉴사우스웨일스 주 주총리가 이를 뒤집고 수정된 광고를 승인했다.

돛을 의미하는 '세일즈'(sails)라고 일컫는 오페라하우스의 지붕들에 투영되는 광고에는 에베레스트라는 글씨와 기수들의 번호가 뜨게 된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광고 시행을 지지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반대는 거세다.

지난 주말 이후 15만 명이 "오페라하우스를 보호하자"며 광고를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동참했다.

또 수천 명의 시민은 광고가 투영될 때 빛을 비춰 이를 저지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클로버 무어 시드니 시장도 도박과 동물 학대 산업을 위한 노골적인 상업화라고 비난하는 데 반해, 모리슨 총리는 "연중 가장 큰 이벤트를 시드니가 가진 최대 광고판에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광고를 지지하는 라디오방송의 인기 진행자 앨런 존스도 2GB라디오에서 헤런 CEO와 인터뷰하면서 "내가 만약 베레지클리언 주총리였다면, 오늘 당신을 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러한 언급이 논란이 되는 와중에 베레지클리언 주총리는 광고를 승인했다.

2007년 오페라하우스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측은 이번 일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오페라하우스 지붕은 매년 열리는 빛의 축제인 '비비드 시드니' 등 문화예술 행사 때 활용됐고, 2015년 럭비 호주국가대표팀의 로고를 투영하기도 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지붕에 경마 광고를 한다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