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대만 지원→"선거 개입"… 세지는 트럼프 '중국 때리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중국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수입품 절반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만에 군용기 부품 판매를 승인하는가 하면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하며 “중국이 다가오는 우리의 11월 (중간)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나 또는 우리(공화당)가 승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무역과 관련해 중국에 문제를 제기한 역대 첫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선거 개입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증거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안보리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그는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제재 공조를 하면서 시 주석과의 우정을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과시한 것과는 정반대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미언론에 실리는 정치 광고의 배후에 중국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오와 지역지 ‘디모인 레지스터’의 지면 사진을 올리고 “중국이 디모인 레지스터와 다른 신문들에 기사처럼 보이게 만든 선전 광고를 올리고 있다”며 “우리가 무역에서 그들을 이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지역의 농부와 노동자를 괴롭히고, 미 정치시스템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아이오와에서 많이 생산되는 대두에 중국이 관세를 부과한 것도 그 사례라고 이 관리는 밝혔다.

당사자인 중국은 선거 개입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는 어떤 나라의 국내 사안에 관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을 겨냥한 어떠한 부당한 비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치열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앞서 지난 7,8월에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25% 추가 관세, 이달 24일부터 2000억달러 중국 상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5050억달러)의 거의 절반이 고율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은 이에 맞서 지금까지 11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금액(약 1300억달러)의 약 85%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267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670억달러 관세가 현실화되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고율관세가 붙게 된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는 지난 25일 F-16 전투기, F-5전투기, C-130 전술수송기 등의 부품을 대만에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거래가 이뤄지면 3억3000만달러(약 3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히 위반한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