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받는 타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빚에 짓눌린 中기업들… 상환 능력 3년來 최저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중국 비금융 상장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는 내년 만기인 단기 채무의 81%만 갚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중국 채권시장에서 발생한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는 400억위안(약 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통상전쟁 지속과 신흥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채권시장에서 위험기피 심리가 퍼지면서 채권 차환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금융회사에 기업의 자금 조달을 적극 지원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자금난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신용등급이 최고 단계인 기업들까지 잇달아 디폴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대형 에너지기업인 윈타임에너지가 15억위안의 단기 채무를 갚지 못했고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기업인 화신에너지(CEFC)그룹 자회사도 디폴트를 냈다.

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1~8월 고정자산 투자액이 41조5158억위안(약 6786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시장 예상치(5.6%)를 밑돈 것은 물론 전달까지의 증가율(5.5%)에도 못 미친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7월 처음으로 5%대로 떨어졌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두 달 연속 5%대에 머물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 위축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로 제시한 중국 정부는 미·중 통상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에 대응해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해 1조3500억위안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의 지하철 건설 등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