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료·임대료도 올라 적자기업 속출 우려
무역전쟁에 인건비 상승까지… 중국 중소기업 '죽을 맛'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인건비,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중국의 중소 수출 제조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 7월 12%에서 지난달 10%로 둔화했으며,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할 내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5%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제 중심인 광둥(廣東) 성의 수많은 중소기업은 이러한 타격을 벌써 체감하고 있다.

지난달 광둥 성의 제조업 생산액은 29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수출 주문액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았던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에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후 모씨는 "ZTE 제재에 무역전쟁까지 겹쳐 죽을 맛"이라며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700만 달러였는데, 올해는 300만 달러도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케이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장 모씨는 "미국 바이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는 관세의 상당 부분을 내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럴 여력이 없다"며 "벌써 상당수 바이어가 베트남, 인도 등으로 구매처를 옮겼다"고 말했다.

광둥 성의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해,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본격화하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중국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역전쟁 외에도 갈수록 상승하는 인건비, 사회보험료, 임대료 등이다.

장 씨는 "내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천 위안(약 5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의 월급은 800 위안(약 13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변의 상당수 기업이 베트남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지금까지는 건강보험, 연금 등 사회보험료 징수를 지방정부가 담당해 어려운 기업 사정을 상당히 고려해줬으나, 내년부터 사회보험료 징수를 중앙정부가 맡게 되면서 기업들의 납부액은 상당히 올라갈 전망이다.

후 씨는 "치솟는 임대료도 더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지난 8년 동안 공장 건물 임대료가 3배로 올라 연간 200만 위안(약 3억3천만원)에 달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제조업체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ING은행의 아이리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중소기업들 특히 저부가가치 부문의 중소기업들은 내년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일부 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