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11월6일)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전이 가열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50개 주 중 48개 주에서 집권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후보가 확정됐다. 최대 승부처인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여론조사 판세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성추문’과 ‘러시아 스캔들’까지 불거졌다. 공화당으로선 언제 터질지 모를 ‘초대형 시한폭탄’을 안게 된 것이다. 미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뿐 아니라 ‘탄핵’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몰릴 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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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변수 ‘트럼프 스캔들’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건의 악재가 동시에 터졌다. 하나는 그의 핵심 측근이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뉴욕연방법원 공판에서 사법당국과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을 통해 트럼프의 성추문 관련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2006년 트럼프(당시 사업가)와 성관계를 한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퍼드와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코언 자신이 2016년 대선 때 ‘입막음용’으로 총 28만달러(약 3억원)를 지급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 돈은 자신과 관계없는 ‘개인 간 거래’라고 했지만 코언은 이를 공개적으로 뒤집었다.

다른 악재는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에게서 나왔다. 그는 이날 버지니아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탈세, 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매너포트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2016년 대선 유착 의혹(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첫 번째 기소 대상이었다. 이번 유죄 평결로 뮬러 특검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아직 ‘트럼프 탄핵론’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 수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진 탄핵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섣불리 탄핵 문제를 정치 쟁점화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 문제는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북핵과 통상서 승부 거는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경제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올 2분기 연율 기준 4.2% 성장했고, 실업률은 완전 고용 수준인 3.9%(7월 기준)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우리나라는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며 경제 성과를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부자감세’와 ‘재정파탄 주범’으로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호황도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가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기반이 닦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과 북핵 문제에서도 강공을 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선 이미 지난달 23일까지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물렸다. 중국이 같은 금액, 같은 관세로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선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유화 제스처에서 벗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 한· 미 군사훈련 재개 시사, 비핵화 전 대북제재 유지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간선거 판세, 43개 경합지역이 관건

올해 중간선거는 임기 6년의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임기 2년의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 임기 4년의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새로 뽑는다. 주의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최대 관심은 연방 하원 선거다. 역대 중간선거는 하원에서 이기는 당이 승자로 평가받았다.

현재 상·하원은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 수성’이 유력시된다. 하지만 하원은 민주당이 우세한 흐름이다. 선거 판세를 분석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1일 현재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218석 이상)이 될 확률을 74%,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확률을 26%로 전망했다. 의석 수 기준으론 민주당이 229석, 공화당이 20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19일 CBS뉴스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 조사에서도 “지금 당장 선거를 하면 민주당이 222석을 확보하는 반면 공화당은 213석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달 7일 공화당 텃밭인 오하이오주 제12선거구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겨우 0.8%포인트 차로 승리하면서 민주당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이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11%포인트 격차로 이긴 곳이다. 미국 중간선거는 역대로 ‘집권당의 무덤’이었다.

그러나 아직 속단은 이르다.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여주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현재 민주당 199석 우세, 공화당 193석 우세에 경합이 43석이라고 판세를 분석했다. 경합 지역 승패에 따라 최후의 승자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미 유권자 중엔 겉으론 드러내지 않지만 속으론 트럼프를 지지하는 ‘샤이 트럼프’가 적지 않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여론조사 내내 열세였지만 투표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장악력이 흔들리게 된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질 뿐 아니라 탄핵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 여론조사에서 탄핵 지지가 49%, 탄핵 반대가 4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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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