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3개월 연속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업 이익 증가 속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아프리카돼지 열병과 부동산 가격 급등, 산둥성 지역 수해 등 돌발 변수까지 겹쳐 하반기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美·中 무역전쟁의 '암운'… 中기업 이익증가율 3개월 째 내리막
2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연매출 2000만위안(약 33억원) 이상 제조·광공업 분야 기업들의 이익은 5151억2000만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2% 늘어나는 데 그쳤다. 6월 증가폭(20.2%)보다 3.8%포인트 낮아졌다. 중국의 제조·광공업 분야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3개월 연속 둔화됐다.

국가통계국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늘어나고 생산자물가 상승폭이 줄어든 게 기업의 이윤 감소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미·중 통상전쟁도 기업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중 통상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 기업의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업 이익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제조업 부문의 투자가 줄어든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 열병과 임대료 폭등, 대형 수해 등 3대 ‘블랙 스완’으로 중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 스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美·中 무역전쟁의 '암운'… 中기업 이익증가율 3개월 째 내리막
지난 1일 동북지역인 랴오닝성 선양에서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돼지 열병은 계속 남하하면서 저장성까지 퍼졌다. 이로 인해 중국의 ‘식탁 물가’를 좌우하는 돼지고기 생산원가가 급등하면서 하반기 물가 상승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제 전문매체 제일재경은 “아프리카돼지 열병이 중국 전역으로 번지면서 2006년 중국 양돈농가를 덮친 돼지청이병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사료 원료 상승에다 아프리카돼지 열병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양돈업계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한 데다 위안화 환율 하락과 돼지고기 가격 상승까지 겹쳐 연말이면 인플레이션율이 위험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수해도 중국 장바구니 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달 중순 중국 3대 채소 재배지인 산둥성 서우광에서 발생한 대형 수해로 채소농가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단기적으로 채소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美·中 무역전쟁의 '암운'… 中기업 이익증가율 3개월 째 내리막
중국 주요 도시에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주택 임대료도 중국 경제를 뒤흔들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대도시의 월세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0% 뛰었다. 중소 도시의 집값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60개 중소 도시의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은 지난 2년 동안 30%가량 올랐다.

호주 투자회사 맥쿼리그룹은 “향후 1년간 중국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요인은 미·중 무역전쟁이 아니라 부동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산운용사 노아홀딩스에 따르면 중국 가계자산의 3분의 2가 부동산이다. 지방정부 재정수입과 은행 대출, 기업 투자 등에서도 부동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돌발 변수에도 중국 정부가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력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왕쥔 중위안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총수요가 여전히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며 “하반기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로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기우”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